추석을 앞둔 요즘, 어머니는 몇 주 전부터 분주하시다. 4남매에 맏며느리이신 어머니는 내가 시집 온 후 지금까지 가장 좋은 제수용품을 준비하기 위해 명절 근처면 재래시장으로 발품을 팔고 다니신다. 대형마트에서 카트 한 가득 싣기만 하면 되는 장보기를 어머니는 어렵게 여러 곳을 찾아다니시며 장을 보신다.
상하지 않는 건어물은 서문시장 입구 건어물상에서 추석과 관계없이 일찌감치 준비해 놓으신다. 생선은 신암동 수협공판장에서, 과일과 야채는 내당동 청과물시장에서, 육류는 지산동 무학맨션 근처 하나로유통에서 미리미리 준비하신다.
처음 장을 따라다닐 때는 물건이 다 거기서 거기겠거니 생각했지만 어머니를 따라다니다 보니 어머니께서 찾아다니시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조상님을 잘 모셔야 자식들이 잘되는 것이야." 말씀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어쩜 나도 내 자식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어머니를 뒤이어 정성을 들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시댁은 지산 범물에 뿌리를 둔 양씨 집성촌에 종가가 있다. 시집오기 전, 식구들과 단출하게 차례를 지내던 나는 6촌까지 40여 명이 모여 북적거리는 명절에 깜짝 놀랐다.
그러다 보니 음식 만들기도 대량이고 해야 할 일도 많았다. 하지만 어머니와 작은 어머니들 그리고 6명이나 되는 동서들이 나눠 하다 보면 일은 금세 끝이 나고 일 년에 두 번 만나는 동서들과 서로간의 안부와 못다 나눈 이야기들로 부엌은 금세 사랑방이 된다.
명절 증후군으로 주부들이 명절만 되면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데 우리 집 명절은 아침 차례 때 입은 한복을 저녁이 되도록 벗지 않고 선산에서 윗대부터 아랫대까지 제사를 지내며 성묘를 하지만 그것이 하나도 힘들지 않다. 많은 집안 사람들이 모여 즐겁게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명절이 즐겁고 그런 환경들을 만들어주신 집안 어른들께 감사한다.
올 추석은 한복이 낡아 저고리만 새로 맞췄다. 추석날 화려한 내 한복을 입고 인사드릴 생각을 하니 때때옷 입은 아이 심정이 된 것 같아 절로 웃음이 난다.
김태숙(대구시 수성구 황금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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