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신정아 사건' 그 끝은 어디인가

'신정아 사건'은 한국 권력'상류층의 도덕 불감증과 일상적 부조리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신 씨는 그런 높은 계층에 잠복해 있는 허술한 구멍을 발견해서 유린하고 악용하면서 신데렐라의 꿈을 이루는 데 일단 성공했다. 그래서 '신정아 사건'은 우리 사회 상류층의 썩은 모습을 보여주는 온상이다. 어디까지 얼마나 썩었는지는 검찰이 밝혀낼 일이다.

배후로 드러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썩은 환부의 상징적인 모습이라 할 것이다. 그는 사건 초기 신 씨와 무관함을 주장하면서 스스로 깨끗한 공직자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그는 깨끗한 공직자가 아니었다. 전시회 후원, 미술 작품 구매, 대학 교수 임용 등 신 씨를 위한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은 것 같다. 국정 요직에 앉아 그런 일을 했다.

기획예산처장관 때는 예산 절감을 위한 기구를 만들고 요란한 홍보까지 했던 그다. 신 씨 사건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는 겉으로 보여진 모습을 통해 깨끗한 공직자의 전형으로 남게 됐을지도 모른다. 홍보 노력의 효과로, 국민 혈세 낭비를 막는 데 큰 공헌을 한 훌륭한 공직자로 기록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알고 보니 턱도 없는 일이었다.

신 씨는 위조한 학력을 기초로 일류 큐레이터 지위를 확보하고, 대학 교수 임용과 광주비엔날레 총감독 선임 등 화려한 행적을 기록했다. 그 과정에서 권력자를 끌어안고 권력에 약한 상류층 사람들을 조아리게 했다. 신용불량자이면서도 현금 사용에 구애받지 않았고 수억대의 증권계좌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신 씨의 재능과 치열한 노력에 감탄하면서, 혼자인 그녀에게 쉽게 속거나 현혹된 권력층과 상류층의 허술한 공인 의식과 자기 관리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

최근 한 신문에 누드 사진이 공개됨으로써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가운데 신 씨의 귀국설이 나돌고 있다. 검찰은 어떻게 할 것인가. 검찰도 다른 권력'상류계층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평가를 받아선 안 된다. 신 씨에게 속거나 변 전 실장의 권세에 눌려 협력한 많은 사람들처럼 뒤늦게 후회하는 어리석음을 빚어내서 안 된다는 말이다.

허언이길 바라지만, 신 씨는 "변 전 실장이 배후라면 그런 사람은 무수히 많다"고 말했다. 검찰이 밝혀내야 할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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