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녀 진로 선택, "중학교때부터 도와주세요"

대구 구남中 '비전 가이드' 교육 호응

▲ 구남중학교에서는 지난5월부터 학생들의 진로설계를 위한 구남비전가이드를 진행하고 있다. 이동휘 교사와 학생들이 진로와 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구남중학교에서는 지난5월부터 학생들의 진로설계를 위한 구남비전가이드를 진행하고 있다. 이동휘 교사와 학생들이 진로와 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고교나 대학에 진학할 때마다 늘 학생 개개인의 적성이나 소질이 강조되지만 정작 학생들이 자신의 특성에 맞는 진로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교육을 받을 기회도, 프로그램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학력과 관련된 지도는 활발하지만 적성이나 소질의 발견은 학생 개인의 몫이라고 생각해 온 탓이다.

그러나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이러한 진로 교육이 중요하게 떠오른다. 학력보다는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인재, 자신의 일을 즐기며 끊임없이 자기계발에 몰두하는 인재가 중시되기 때문이다. 교육전문가들은 특히 조기 진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입시 구조하에서는 중3도 늦다고 한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탐색과 목표 설정, 동기부여가 최소한 중1, 2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자기경영법, 성공학 강의가 수도권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런 가운데 대구 구남중학교는 '구남 비전 가이드'라는 독특한 진로 지도로 학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성공을 준비한다, 구남 비전 가이드

"아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가장 많습니다. 어떤 직업을 택하겠다는 답도 드뭅니다. 성적이 상위권인 학생도 점수 잘 받아서 좋은 대학 가겠다는 생각밖에 없는 것 같더군요."

구남 비전 가이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이동휘(29·영어담당) 교사는 이 프로그램의 목표가 학생들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 동기를 갖도록 돕자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구남 비전 가이드는 토요 휴업일마다 문을 연다. 그날의 주제에 대한 재밌는 강의를 들으며 몸을 풀고 나면 곧바로 워크시트(활동지)가 배부된다. '나의 재능 중에 가장 칭찬을 많이 받았던 것들을 순서대로 나열해보자', '내가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되는 것 5가지만 써보자', '현재, 15년후, 30년 후의 나의 직업과 월 수입, 다음 목표를 기록해보자' 등이 그동안 다뤘던 주제. 차례대로 내용을 발표한 후에는 소그룹으로 나눠 토론한다.

1학년 변수영 양은 "개성, 창의성, 독서, 교우관계 등 평소 깊이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던 것들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라고 했다. 같은 학년 도재성 군은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종이에 적다 보면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진지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다음달 강의계획을 보니 '가치관 경매', '상위 1% 공부법', '스케줄 관리법' 등 재미있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이 교사가 시중에 나온 책과 신문, 교육사이트 등을 직접 뒤져서 고른 것들이다. 앨빈 토플러, 공병호 등의 저서를 통해 미래사회에 대한 지혜를 보여주거나 자기관리법 등을 소개한다. "아이들에게 직업을 써내라고 하면 절반이 공무원이에요. 그래서 앨빈 토플러가 쓴 '부의 미래'에서 10년 내에 인기가 없어질 직업이라고 예견했다고 하면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진로설계, 중학교부터

이 교사 역시 학창시설에는 의욕이 부족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대학시절 월드컵 자원봉사자로, 국제청소년 캠프 한국대표로, 국토순례 대원으로 참가하면서 큰 반전을 경험했다. 많은 또래 대학생들이 뚜렷한 가치관과 삶에 대한 치열함을 가지고 있었다. 생각의 차원이 달랐다. 부끄러웠다. 그래서 많은 대화를 나눴고, 그들이 어린 시절부터 자기의 미래를 진지하고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왔음을 발견했다.

교사가 된 후 이런 고민은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까'에서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공부에 대한 열망, 인생에서의 성공에 대한 열망을 갖도록 동기부여를 할 수 있을까'로 변했다.

이 교사는 서울의 경우 수십만 원의 참가비를 내고 사설단체에서 여는 자기경영 강의, 성공학 강의, 공부법 강의를 듣는 중·고교생도 많더라고 했다. "이런 교육은 공교육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청소년을 위한 진로종합교육센터가 대구에 생겼으면 하는 게 바람입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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