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를 한동안 들었다 놓았다 한 가짜 교수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하찮은 일개 가짜 교수 시비가 왜 이렇게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거리가 되어야 하나 의아스러워 하고 있는 가운데 사건은 문화계는 물론 기업과 학계·종교계 너머 일파만파로 번졌다.
결국은 파장을 그렇게 커지게 만든 정권실세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권력과의 관계에 취약한 사회 곳곳의 모습과 더불어 학벌이 필요 이상 중시되는 문제나 사회 곳곳에 숨어있던 자의적 타의적 가짜 문제들이 쏟아져 나왔다.
언론은 비록 선정성 시비 등이 있긴 했으나 정부가 기자실을 대못질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일반대중의 실상에 대한 무심함을 극복하고 사소해 보이는 근거를 추적해 수면 아래 숨어있던 공룡을 드러내는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이에 대해 우리 사회가 맑아지는 쪽으로 성숙해 가는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긍정적 견해도 있다.
진실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사실만을 사실대로 말하며 살 수 있을까? 통상교섭에서 속내를 숨기고 짐짓 협상을 깨버릴 수도 있다는 태도를 취하며 무난히 협상을 해낸 통상교섭 대표에게 우리는 경의를 표한다. 상대편 골키퍼를 속이고 승부차기를 성공시킨 축구선수에게 우리는 환호를 보낸다.
허수 i는 제곱을 하면 -1이 되는 존재하지 않는 숫자다. 그렇지만 i를 포함한 수학의 발달로 인공위성은 지구 궤도를 돌 수 있다. 거짓은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들이 이 세상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기 위해 불가피하게 필요한 어떤 것인가 보다.
정치인들에게 사실을 사실 그대로 말하는 정직성이란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정보부 요원이 속내를 감추지 않고 드러내고 다니게 해서야 되겠는가? 국민들은 정치인에게 권력을 맡기면서 사실상 필요에 따라 그들이 아는 것을 아는 그대로 드러내지 않을 수도 있는 권한도 어느 정도 부여하는 셈이다.
'진정성'이란 말을 이 정권 들어서 자주 들었다.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 스승이 제자를 가르치는 마음, 장군이 부하를 아끼는 마음이 진정인 것처럼, 정치가나 권력자가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 진정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언론이 할 일도 이 진정성에 의심이 갈 때 사회를 위하는 진정성으로 이것을 파헤쳐 주인들에게 알리고 바로잡게 하는 일일 것이다. 이번 가짜 파문은 권력의 관리체계가 한참 잘못된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었음을 노출시켜 국민들에게 그런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 들게 만들었다. 권력은 정치투쟁과 가혹한 언론의 비판을 통해 지속적으로 그 진정성을 국민 앞에 검증받아야 마땅하다.
코드라는 것은 생존동맹이다. 상처받은 사람들이 상처받지 않기 위하여, '우리끼리는 서로에게 완벽히 충실하자. 우리 바깥의 사람들은 우리를 상처 줄 수 없도록 막아버리자.'는 것이다. 코드 안에서의 진정성은 코드 바깥의 적들을 속여 넘김을 환호하게 될 수도 있다.
이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동맹 내부의 우리는 선이며 그 밖은 악'이라는 독선적 태도를 갖는다. 그래서 사회에 대립과 반목이 벌어진다. 생존동맹이 유리한 면이 있지만 완벽하지 않은 인간들의 동맹이므로 그 내부적으로도 서로 완전히 충실할 수 없다.
또한 그 외부에 대하여 완전히 무시하고 차단한 상태로 유지될 수도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권력 주변에서 보인 반응에도 이런 기반 하에서 우리 편은 웬만한 잘못도 감싸고 다른 편은 무시하거나 적대시하는 양상이 있다.
사람마다 자기의 역할과 위상에 맞는 진정성이 있다. 청춘 남녀는 연인에 대한 사랑이, 필부는 처자식에 대한 사랑이, 상인은 고객에 대한 신용이 진정성이다. 정치가는 자기 코드가 아니라, 국가 민족을 위한 진정성이 있어야 할 것이고, 성자는 인류와 세상만물에 대한 진정성이 있을 것이다.
진정성을 가진 바른 사람이기 위해서는 올바른 가정에서 적절한 교육을 받고 건강하게 자라나는 것이 좋다. 혹여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토인비가 '도전과 응전'을 말한 것처럼, 자신의 인격적 문제를 도전으로 받아들여 철저히 해결함으로써 자기 문제가 민족과 국가를 위해 활동하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않을 만큼 극복해야 한다. 해결 못한 자신의 갈등을 사회에 투사해 주로 적개심과 분노인 감정적 격정에 치우치는 한풀이 수준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은 서둘러 정치권을 떠나야 할 것이다.
최태진(신경정신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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