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 봉곡동 선주중학교 정문 앞에 있는 '원정서당'. 어른들의 한문공부방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안으로 들어서자 책 읽는 소리가 낭랑하다.
슬쩍 들여다보니 권영우 훈장(42)은 말쑥한 차림새의 젊은 선생님이다. 교실 내 가득 찬 30여 명 수강생 중 남자는 고작 2명, 대부분 주부들이다.
노자의 '도덕경' 강의가 한창이다. 권 훈장은 "도덕경 속에 도(道)가 있는 줄 아는데 책 속엔 노자의 도(道)가 없다. 다만 그의 책을 통해 성인의 마음에 나아갈 뿐"이라고 설명한다.
권 훈장의 어른들을 상대로 한 무료 한문강의는 벌써 17년째다. 무료로 한문을 배울 수 있다는 소식은 입소문으로 번져 요즘 화요일과 목요일 강의 시간이면 서당이 가득 찬다.
40대 초반의 나이에 그 어려운 고전 속에 담긴 뜻을 어떻게 줄줄 꿰고 있을까?
고령 쌍림이 고향인 권 훈장은 3형제가 모두 훈장님이다. 권 훈장은 맏형 영훈(57) 씨가 1970년대 대구에서 '원정서사'란 서당을 할 때 한문실력을 갈고 닦았다. 88년에 구미공단 금성사(현 LG)에 입사했다가 한문공부를 계속하고 싶어 2년 만에 사직했다. 둘째 형 영락(44) 씨도 경기도 광명에서 서당을 운영하고 있다.
권 훈장은 "학동들이 한문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들에게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으로 무료강의를 시작한 것이 17년이나 됐다."고 말했다.
10년째 서당에 다니고 있는 주부 김춘열(47·형곡동) 씨는 "친구들과 함께 기초부터 시작한 것이 어느새 노자의 도덕경까지 공부하고 있다."며 "훈장님이 해박한 지식으로 한문 속에 담긴 생활의 도를 가르쳐 주는 매력에 빠져 도저히 중단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프란시스(44·구미요한선교센터) 수녀도 7년째 한문공부 중이다. "성서에도 중용사상과 일치하는점이 있다."며 "좀 더 배워 아이들을 가르칠 것"이라고 했다.
'원정서당'은 형곡동에 본점이 있고 올해 초 선주중학교 앞에 분원을 냈다.
구미·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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