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원망해야 합니까? 사과농사 지어온 지 수십 년 만에 이런 경우는 처음 당해봅니다. 온전한 사과가 거의 없어요. 그나마 상처가 덜한 사과라도 몇 개 건질 생각에 사과를 따고 있지만 너무 속상합니다."
청송 현동면에서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김순옥(59·여) 씨는 요즘 과수원 쪽은 쳐다보기도 싫다. 예년 같으면 추석 차례상에 오를 알이 굵고 잘 생긴 사과를 따느라 분주했는데 올해는 사과 생각만 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김 씨의 과수원 사과나무에는 온통 구멍투성이인 사과, 벌레가 먹은 듯 시커멓게 변한 사과뿐이다. 온전한 모양을 갖춘 사과는 찾기 힘들다. 지난여름 과수원을 덮친 우박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엔 비가 자주 내리면서 우박 때문에 난 구멍으로 빗물이 스며들어 사과가 썩고 있다.
과수원 95%가량이 우박 피해를 입었다는 한근수(56·청송 부남면) 씨는 "지난해 1억여 원의 소득을 올렸는데 올핸 우박으로 1천만 원도 보장받을 수 없어 살길이 막막하다. 사과농사 지은 지 30년 만에 이런 피해는 처음 겪어본다."고 허탈해했다.
지난 6월 손가락 크기만한 우박이 청송지역을 덮치면서 청송 전체 사과재배 농가 2천109호, 2천여ha 가운데 1천870농가, 1천359ha가 피해를 입었다. 꿀 사과로 유명한 청송 지역 과수원의 70% 이상이 쑥대밭이 된 것.
지난해 15kg 한 상자에 13만 원 하던 사과가 올해 우박피해로 인해 시중 판매가 힘들자 경북농협이 나서 가공용으로 20kg 한 상자당 7천 원에 받아주고 있지만 사과농민들의 손해가 막심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현동면 한 마을 이장인 이상일(52) 씨는 "평소 같으면 추석 대목을 앞두고 동네 과수원 전체가 사과 따면서 내는 즐거운 노랫소리로 가득해야 하지만 지금은 쥐죽은 듯 조용하다."며 "우리 마을 대부분 사과농민 소득은 예년의 10%에 불과하다."고 했다.
청송군청 친환경농정과 조태영 과장은 "우박 피해농가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지역 기관·단체들이 나서 우박사과를 사주고 있지만 피해농가들이 너무 많아 역부족이다."며 "앞으로는 대도시 소비자들이 우리 농민들을 위해 나서줄 때"라고 말했다.
청송·김경돈기자 kd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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