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문인수 作 '달북'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달북

문인수

저 만월, 만개한 침묵이다.

소리가 나지 않는 먼 어머니

아무런 내용도 적혀 있지 않지만

고금의 베스트셀러 아닐까

덩어리째 유정한 말씀이다.

만면 환하게 젖어 통하는 달,

북이어서 그 변두리가 한없이 번지는데

괴로워하라, 비수 댄 듯

암흑의 밑이 투둑, 타개져

천천히 붉게 머리 내밀 때까지

억눌러라, 오래 걸려 낳아놓은

대답이 두둥실 만월이다.

달은 왜 둥근가. 속이 꽉 차있기 때문이다. 축구공을 봐서 알겠지만 속이 꽉 차지 않으면 둥근 모양이 나오지 않는다. 달 속에 꽉 찬 것은 무엇일까. 시인에 따르면 '덩어리째 유정한 말씀'이다. 그러나 그 말씀은 귀로는 들을 수 없고 눈으로만 들을 수 있다. 쉽게 말해 달빛이 말씀이라는 거다. 그러므로 그 말씀은 침묵일 수밖에 없을 터.

침묵이지만 그 속에는 얼마나 많은 할 말이 채워져 있는가. "밥은 잘 먹고 다니느냐" "아이들은 잘 자라고 있느냐" "몸 아픈 데는 없느냐". 저승에 가서도 염려하는 어머니의 말씀. 말씀이 붐비는 달이므로 만개한 침묵. 고금에 걸쳐 얼마나 많은 이들이 달의 마음을 읽었으랴. 두둥둥 북소리처럼 번지고 번지는 한가위 보름달빛. 큰 바다 건너 먼 곳에 공부하러간 우리 딸들도 이 달북이 전하는 말씀 눈으로 듣고 있으리라.

장옥관(시인)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여야의 권력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선거 결과에 따라 이재명 정부의 국정 동력과 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방한이 임박하며 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일 한국에 도착한 황 CEO는 5일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배우 지창욱이 국세청의 비정기 세무조사에서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했으며, 소속사 스프링컴퍼니는 고의적 탈세가 없음을 주장하며 성실한 납세 의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린 기고문에서 이재명 정부가 '강경 좌파'로 규정되며 한미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기..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