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 리뷰] 대구 문화계의 바람직한 변화

대구문화재단 설립추진위원회(위원장 김정길)가 지난 17일 2년여의 활동을 끝내고 해산을 결의했다. 2002년 문화재단 설립의 필요성이 제기된 이후, 본격적인 추진을 위해 2006년 1월 발족한 설립추진위원회의 역할을 다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범일 대구시장의 선거공약으로 문화재단 설립이 채택됐고, 이에 따라 시정부에서는 올 연말까지 설립을 위한 조례안을 시의회에 제출하기로 한 만큼, 대구문화재단 출범은 기정사실화 되는 양상이다. 물론 시의회 조례안 통과라는 중요한 과정이 남아있기는 하다.

하지만 서울·인천·경기 등 주요 지역에서 문화예술의 진흥과 발전을 위해 문화재단을 설립·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예술도시'를 지향하는 대구의 시의회가 내용상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재단설립 자체를 반대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사실 설립추진위원회는 조례안이 확정된 뒤에 해산해도 늦지 않다. 그런데 왜 서둘러 해산을 결의했을까. 바로 여기에 지역 문화예술계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있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지역 문화예술계는 틈만 생기면 발전적인 경쟁보다는 자리다툼(?)을 벌여왔다.

그 결과 지역 문화예술인 스스로를 소외시키고, 젊은 후배들에게는 좌절감을 주었으며,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도 긍정적 기여를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대구문화재단이 세워지면 또 이사장을 비롯해 각종 자리를 놓고 다시 '이전투구'를 벌이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설립추진위원회에 대해서도 당초 취지를 벗어나 '또 다른 기득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기우'가 생겨날 만하다. 이른 해산 결의는 '기우'와 섣부른 '우려'를 불식시키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남은 기금 800여만 원을 새로 세워질 대구문화재단에 기부하기로 한 것은 지역문화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대구문화재단 설립이 문화예술계와 지역사회에 어떤 신선한 새바람을 불러 일으킬지 사뭇 기대된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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