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 중구의 한 복합상영관을 찾은 회사원 김효진(30) 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오후 5시 10분부터 영화 '사랑'을 관람하던 중 갑자기 영화 상영이 두 번이나 중단되면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 영화는 2, 3분 정도 끊어졌다 이어지길 반복했고, 일부 관객들은 항의를 하기 위해 상영관 밖으로 나가기도 했다. 소란스런 분위기가 한동안 계속된 다음에야 상영이 계속됐지만 결국 영화가 끝날 때까지 건너뛴 부분은 다시 볼 수 없었다.
김 씨가 더욱 화가 났던 것은 영화가 끝난 후였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영화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정전 사고로 인해 영화가 중단됐다."는 안내방송이 두 차례나 나왔다는 것. 엔딩 크레딧도 영화의 일부라는 점을 감안하면 세 차례나 상영이 중단된 셈이다. 그러나 안내방송에만 신경을 쓴 탓인지 자막이 올라가는 동안 음향은 다시 끊어졌고, 상영관 안은 계속 어두컴컴했다는 것. 김 씨는 "안내하는 직원도 없이 관객들이 우왕좌왕하며 어둠 속에서 출구를 찾아나와야만 했다."며 "어두운 상영관 안에서 자칫 안전사고라도 날까봐 가슴을 졸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는 영화관 측의 사후 처리 태도도 문제로 꼽았다. 상영 중단에 항의하는 관객들에게만 직원들이 다가가 초대권이 든 봉투를 내밀었다는 것. 김 씨 또한 담당 직원을 찾아 항의를 하자 다른 장소로 데리고 간 뒤, 초대권을 손에 쥐어주려했다는 것이다. 김 씨는 "큰소리로 항의하는 사람들에게만 혜택을 준다면 조용히 피해를 감수한 다른 관객들은 뭐가 되느냐."며 "마치 관객을 기만하는 듯한 생각이 들어 영화관 측에서 내민 봉투는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복합상영관은 변전소의 주변압기 고장 때문에 발생한 정전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곳 관계자는 "상영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 정전이 일어나자마자 수동으로 비상발전기를 가동했고, 이 과정에서 2, 3분 정도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며 "조명 문제는 엔딩 크레딧을 지켜보는 관객들을 위해 밝게 하지 않은 것이고, 도의적인 차원에서 불만이 큰 고객들에게만 초대권을 제공했다."고 해명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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