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역사, 길을 품다

역사, 길을 품다/최기숙 외 지음/글항아리 펴냄

조선시대 삶의 이모저모를 구체적인 인물이나 사건, 대상을 통해 설명한 책이다. 열 갈래 길을 통해 조선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구체적인 인생여정을 추적하고 있다. 청천벽력같은 명령을 받고 떠난 유배길, 국경을 침범하는 적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나선 첩보길, 사원을 빼앗긴 안동사림의 굳은 결의가 느껴지는 상소길, 사랑하는 아내와 영영 이별을 해야 하는 장례길, 병마에서 벗어나려고 쉴 곳을 찾아 나선 요양길, 출세를 향한 먼 여정 과거길 등 길 위의 풍경을 잡았다.

책에 실린 대부분의 글은 특정 개인이 남긴 일기나 일지를 바탕으로 삶을 재구성한 것이다. 개인적 기록에 근거를 두고 있어 솔직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글을 쓴 개인의 슬픔과 분노, 소소한 느낌들을 그대로 살려내는 동시에 정치적 상황, 신분적 위치, 개인적 연륜을 따져가며 글쓴이가 왜 그런 말을 남겼는지에 대해서도 짚어주고 있다.

영조시대 한양 지식인들의 독서문화를 엿 볼 수 있는 책 이름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고 상소문을 임금에게 올리기까지 거쳐야 할 절차와 격식, 19세기 후반 압록강 국경 지역에서 청나라와 끊임없는 분쟁에 시달려야 했던 상황을 밀도 있게 전해주는 자료 등이 실려 있어 학문적 가치도 지니고 있다. 368쪽, 1만 6천 원.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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