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한제 '안개'…가을 아파트 분양시장 동향

"분양가 감도 안잡혀"…10% 인하 대세, 초기 계약률 큰 변수

'분양가의 정답은(?)'

가을 분양 시즌이 시작되면서 분양을 앞둔 건설사들의 고민이 깊어 가고 있다. '분양 가격 적정선'이 없는 탓이다.

예전에는 지역이나 단지 특성별로 어느 정도의 '시장 가격'이 형성됐고 시공사들이 이를 잣대로 분양가를 책정했지만 올 가을은 마땅한 '잣대'가 사라진 상태.

건설사 한 영업 임원은 "통상적으로 적정 이익률과 앞선 분양 단지의 계약률 등을 분양가 산출의 근거로 삼지만 올 상반기 시장이 극도로 침체되면서 두 가지 근거가 무의미해졌다."며 "초기 계약률을 얼마나 올릴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지만 문제는 목표에 접근하는 분양가에 대한 '감'이 없다는 것"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여기에는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다 12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분양가 상한제가 시장 환경을 바꾸고 있는 영향이 크다.

◆분양가 대세는 하향 안정

일단 올 가을 분양 가격은 전반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계약률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낮은 분양가'인 때문이다.

실제 지역 업체를 중심으로 일부 단지들은 지난해보다 낮은 가격으로 분양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19일부터 분양에 들어가는 화성산업의 수성구 두산동 동아아파트 재건축 단지 중소형 규모 아파트의 3.3㎡당 가격은 880만 원 선. 지난해 상동에서 분양한 동일하이빌의 같은 규모 3.3㎡당 가격이 1천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100만 원 이상 낮아진 셈. 110㎡ 형 전체 가격으로 따지면 3억 원으로 3천만 원 이상 내려갔다.

또 북구 태전동 한라 하우젠트와 읍내동 태왕 아너스 단지 110㎡형 분양가도 지난해보다 10% 이상 내려갈 전망이다.

두 단지 모두 110㎡형 가격이 2억 2천만 원대로 지난해 겨울 분양한 읍내동 대림 e-편한 세상(분양가 2억 4천만 원)과 단순 비교하면 2천만 원 정도 분양 가격이 내려갔다.

올 가을 분양 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단지 중 하나인 수성구 두산동 주상복합인 SK 리더스 뷰도 분양 가격이 내림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건설사에서 예상하고 있는 평균 분양 가격은 3.3㎡당 1천280 만 원. 최소 평형이 140㎡(40평형대)로 단지 전체가 중대형으로 구성돼 있고 지난해 수성구 중대형 평형 가격이 1천299만 원까지 치솟았던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SK건설 관계자는 "주상복합의 경우 일반 아파트보다 건축비가 20% 이상 높고 부지 매입비도 만만치 않아 원가 부담이 크지만 시장 분위기를 감안, 수익을 거의 포기하고 분양가를 책정했다."며 "140㎡형은 3.3㎡당 가격이 1천200만 원으로 초기 계약률이 떨어질 경우 일정 부분 손해도 감수해야 될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부지 매입가격이 비싸 분양 가격을 '시장 체감 지수'만큼 낮출 수 없는 건설사들은 분양 시점이나 가격을 잡지 못한 채 눈치를 살피고 있는 상태.

수성구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한 시공사 간부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하면 이익률이 거의 남지 않지만 이마저도 계약률에 자신이 없어 쉽게 분양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상한제 이전에 분양을 해야 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 회의만 거듭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분양가를 둘러싼 시공, 시행사 간의 분쟁이 곳곳에서 일고 있으며 일부 건설사는 분양을 2, 3년 뒤로 미루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상한제 이후 분양 가격은

올 12월 중순 이후 분양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게 된다. 일단 상한제 로드맵은 모두 공개된 상태로 건설사들은 '상한제' 법 적용에 따른 가격 인하 압력에는 크게 부담을 갖고 있지 않은 분위기다.

화성산업 권진혁 영업부장은 "지역 건설사 입장에서 본다면 정부가 제시한 기본형 건축비가 실 건축비보다 오히려 높다."며 "택지비는 감정 평가 금액으로 산정하는 만큼 제한을 받지만 4월 이전 매입 부지는 실비 인정을 받는 만큼 내년 상반기 분양까지는 상한제로 인한 가격 인하 효과는 높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심리.

정부가 상한제 효과로 분양가 20~30% 인하를 공언하면서 상당수 실수요자들이 상한제 이후 분양 단지 가격이 크게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양대행사 리코의 최동욱 대표는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책으로 신규 계약이나 기존 아파트 매매 거래가 사라진 상태에서 상한제에 따른 가격 인하 기대 심리가 높아 올 가을 분양 시장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지방 분양 시장은 수도권과 달리 분양가 거품이 적어 택지비가 20~30%씩 내리지 않는 이상 분양 가격의 큰 폭 인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실제 이미 상한제 적용을 받아 분양한 동구 율하 택지나 경산 사동 택지 내 아파트 분양가의 경우 일반 택지 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단지들은 아예 상한제 이후로 분양을 연기하기나 연내 분양 승인만 받은 뒤 수요자 상대 판촉은 내년부터 하는 '편법 분양'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들은 "올 가을 분양 시장은 어느 때보다 변수가 많아 내주부터 문을 여는 분양 단지의 초기 계약률에 따라 분양 물량 규모나 가격이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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