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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년만에 찾는 그리운 어머니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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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입양 한국명 '정효락' 씨 이국땅서 어엿한 의사로 성장

11일 오후 경주역에 한 동양인 남자와 서양인 노부부가 내렸다. 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동양인 남자는 벨기에 국적의 '삐에르 임마뉴엘 엘 풀리' 씨. 1966년 생으로 생후 7개월만에 경주의 한 보육원 문 앞에 버려졌다가 대구의 아동복지시설로 보내진 뒤 같이 온 노부부에 의해 1970년 입양돼 벨기에의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가 된 한국명 '정효락' 씨였다.

대구가톨릭대학에서 특강을 한 전날 밤부터 열차를 타고 경주로 온 그 순간까지 도무지 손에 일이 잡히지 않았다. 혹시라도 자신을 낳은 생모를 만날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에서였다.

경주시청을 찾은 이들은 호적부에 '정효락'이라는 이름이 올려져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호적부만 나오면 생모 찾기는 어렵지 않았기 때문. 이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시청 직원도 최선을 다해 호적부를 조회했다.

양부모 라후프 엘 풀리(82) 씨 끌루딘 엘 풀리 씨(70) 씨는 "이국땅에서 훌륭한 의사가 돼 돈 없고 아픈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사는 아들의 자랑스런 모습을 생모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부부는 유달리 총명한 입양 아들이 공부를 잘 했고, 또 나중에 의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하자 넉넉하지 못한 살림 때문에 3명의 형제들을 희생시키면서 의대에 진학시켰다.

이들은 이날 호적부에서 이름을 찾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찾을 것으로 믿고 있다.

정 씨는 틈나는대로 자신이 고향이라고 믿는 경주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으며 언젠가부터 일주일에 한번씩 김밥을 직접 만들어 먹는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한인 입양아들과 함께 독일까지 가 붉은악마 옷을 입고 한국팀의 승리를 목이 쉬도록 외쳤다. 내년 결혼할 여자친구도 입양 한인 여성이다.

경주를 떠나면서 그는 "벨기에에 짓고 있는 병원 이름을 경주 남산을 따서 '남산 호스피털'로 할 생각"이라고 자신을 버린 조국에 대한 애정을 또 한번 표시했다.

경주·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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