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쉬는 시간이 장래를 결정짓는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쉬는 시간만 되면 운동장에 뛰쳐나가서 노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자리에서 꼼짝 않고 책을 읽는 아이가 있다. 또 선생님의 눈치를 봐가며 칠판에다 낙서하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노래를 하거나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 틈만 나면 싸움질을 하거나 남의 물건을 빼앗는 아이가 있고 친구에게 뭐든지 주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

그 후 중·고등학교와 대학으로 갈수록 쉬는 시간에 하는 행동들은 점점 구체화되고 취미화되고 결국 전공이 되는 것을 우리는 많이 볼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쉬는 시간에 하는 것을 보면 장래에 어떤 인물이 될지를 대략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어른들은 여가를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서 그의 삶의 모양과 내용이 결정되고 있다. 운동선수는 한 포인트와 그 다음 포인트 사이를 어떻게 준비하면서 정신을 가다듬고 에너지를 재충전하는가에 따라서 다음 포인트를 잃을 수도 얻을 수도 있고, 경기에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초보적인 음악가는 음표나 음 자체를 중요시하지만 높은 수준의 음악가는 음과 음 사이를 중요시한다. 안목이 높은 건축가는 기둥이나 벽 하나하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기둥과 벽이 만들어 내는 공간을 디자인하며 훌륭한 시인이나 작가는 아름다운 말이나 문장 하나에 집착하지 않고 앞뒤 글의 관계를 통해서 표현을 하고 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일 자체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일과 일 사이의 여유를 잘 활용하면서 일의 능률도 높이고 일을 통한 자신의 행복도 실현한다. 쉬는 시간이나 여가에 책을 쓰거나 혹은 읽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노래하거나 악기를 연주하거나 스포츠를 즐기거나 여행을 하거나 이웃을 위해 봉사를 하거나 새로운 공부를 하고 취미생활을 위해 문화센터에 나가기도 하는 사람들, 그들은 시간만 나면 술을 마시거나 도박을 하거나 하릴없이 빈둥대다가 싸움을 일으키는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미래 도시의 좋은 환경이란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좋은 여가 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시설 그리고 좋은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갖추는 것을 말한다. 지금 내가 하는 것이 나의 장래를 결정할 뿐 아니라 우리 후세들의 장래를 결정하게 된다.

참으로 좋은 계절을 맞아서 컬러풀축제나 오페라축제나 또 많은 문화예술 행사를 하는 것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의 삶을 더 행복하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함일 것이다. 지금 쉬는 시간을 멋있게 쓸 줄 안다면 남은 인생도 더욱 아름답고 멋있게 될 것이다.

박명기(대구문화예술회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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