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1월 말로 임기가 끝나는 검찰총장 후임자를 내정했다. 임기가 2년으로 명시된 공직의 후임자를 임명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임기 보장을 통해 정치적 독립을 이뤄야 한다고 안팎에서 내내 주장해온 검찰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임기를 3개월 남겨둔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가 목전에 닥친 상황에서 자신의 코드에 맞는 인사를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있었다. 당분간 직무대행 체제로 간 뒤 대선 후에 당선자와 의논해 임명하라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공직자의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지극히 온당한 명제에 대해 시비를 거는 것은 어찌 보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원칙을 지키는 데 그다지 충실하지 못했음을 생각하면 이런 공방이 금세 사라지기는 힘들 것 같다. 학생들은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논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
▨ 임기제만으로 중립 안 된다
노 대통령의 이번 인사권 행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에서도 일단 임기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그러나 현 정부가 이를 근거로 내세우기에는 미흡하다고 비판한다.
'과연 현 정부가 그처럼 임기제를 내세울 자격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참여정부에서 지금까지 4명이 총장을 맡았고 이 중 2명이 중도 하차했다. 집권 초기인 2003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불신을 표명해 김대중 정부가 임명한 김각영 총장이 4개월 만에 사퇴했고 김종빈 총장도 수사지휘권 문제로 갈등 끝에 단명했다. 코드가 맞지 않는 총장을 내치는 데 거침없었던 참여정부가 임기 말에는 안면을 바꿔 임기제 원칙 고수를 외치니 설득력이 실리지 않는 것이다.'(신문 사설)
노 대통령의 임기 만료가 임박한 상황에서 굳이 다음 대통령과 함께 일해야 할 사람을 자기 손으로 뽑겠다는 고집을 피울 이유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음 대통령이 선출되면 정치적 임기가 사실상 끝난다는 다소 무리한 전제까지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의 법률적 임기는 내년 2월 25일까지다. 그러나 12월 19일 다음 대통령이 선출되면 그의 정치적 임기는 사실상 그때 종료된다고 봐야 한다. 그런 대통령이 11월 23일 임기가 끝나는 현 검찰총장의 후임을 임명한다는 것은 형식적으로 3개월, 실질적으로 1개월 자신과 일할 검찰총장을 뽑겠다는 말이다.'(신문 사설) 검찰의 중립성 확보를 위해서는 임기제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논리까지 동원된다.'사실 임기제는 중립성 확보의 핵심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 20년이 다 돼 가지만 현 총장을 포함해 14명 중 6명만이 완주했을 정도로 상처투성이고, 이명박 후보 검증사건 수사 발표에서 모호한 표현으로 '정치 검찰'이란 비난을 자초한 지금의 검찰 위상을 봐도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제도다. 임기제보다는 검찰의 끊임없는 자성과 노력 그리고 정치권의 협조가 독립성 확보의 요체다.'(신문 사설)
▨ 임기제부터 확립해야 한다
검찰총장 임명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새 검찰총장이 대통령 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다. 아울러 새로 정권을 잡게 되는 이들은 전임 정권이 임명한 검찰총장과 거의 전 임기를 함께 하는 것이 마뜩잖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검찰의 중립성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제라도 깨뜨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차기 정권을 맡으려는 세력은 그 오랜 기간 전임 정권이 넘겨준 인물과 일하기보다 새로 2년짜리 검찰총장을 자신들이 선택하기를 원할 것이다. 이런 생각에는 검찰의 독립성에 대한 강한 의심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검찰총장은 자신을 임명해준 대통령 쪽으로 편향될 거란 의심이다. 오랜 세월 정권들은 그런 불신을 키워왔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불신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가 왔다.'(신문 사설)
또한 비공식적인 체제로 가기에는 역할이 막중한데다 임기제 정착을 위해서도 임명이 타당하다는 주장이 주류다. 때문에 반대 입장에 선 한나라당도 막상 노 대통령의 임명에 대놓고 반대하지는 못했다.
'임기제 고위 공직자는 검찰총장을 비롯해서 경찰청장 감사원장 등 대부분 이른바 파워집단의 수장들이다. 하루라도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될 막중한 자리다. 대통령과 임기제 고위 공직자들의 임기를 맞출 수 없는 한 대통령의 임기 말 임명 논란은 언제라도 빚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어려웠던 민주적 정권교체의 토양을 만든 만큼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했던 핵심 고위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을 담보하기 위해 만든 임기제도도 정착돼야 할 시기다.'(매일신문 사설)
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임기제의 기본을 외면한 비판이라고 꼬집는다. '대통령의 잔여 임기도 임기제의 원칙을 깨는 요인이 될 수 없다. 임기가 3개월밖에 남지 않아 문제라지만 3개월이 아니라 단 하루가 남았더라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임명권자의 잔여 임기를 따지기 시작하면 임기제의 근간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신문 사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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