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와 마찬가지로 포스트 시즌이 한창인 미국 프로야구에서 만년 하위권에 머물던 콜로라도 로키스의 돌풍이 화제다. 콜로라도는 16일 홈구장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서 애리조나를 6대4로 꺾고 4연승을 질주, 1993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내셔널리그 정상에 올랐다. 콜로라도는 25일부터 아메리칸리그 챔피언과의 월드시리즈에 나선다.
콜로라도는 1995년 내셔널리그 와일드 카드를 얻어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을 뿐 이후 성적은 보잘것 없었다. 대도시 뉴욕이나 시카고, LA 등과 같이 큰 시장을 가진 팀도 아니었던 데다 홈 구장은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해발 1천600여m의 쿠어스필드라 불리한 점이 적잖았다. 쿠어스필드는 고도가 높아 공기와의 마찰이 적은 만큼 타구가 멀리 날아가 콜로라도 타자들이 홈에서 맹위를 떨쳤지만 원정경기에서는 침묵하기 일쑤였다. 반면 투수들은 홈구장의 별칭에 걸맞게 홈에서 무너진 것은 물론 원정경기에서도 고개를 숙였다.
악재는 이어졌다. 1995년 데뷔한 이래 줄곧 콜로라도에서 뛴 강타자 토드 헬튼이 있었지만 2000년 거액을 들여 영입한 FA 투수 마이크 햄튼과 데니 네이글이 제 몫을 해주지 못하는 바람에 참담한 성적은 이어졌고 자금 부족으로 스토브리그에서 수준급 선수 영입도 어려워졌다.
결국 신인 발굴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는데 그것이 오히려 기회가 돼 올 시즌 믿을 수 없는 결실을 거두는 원동력이 됐다. 모두 20대인 맷 할러데이(타율 0.340, 36홈런, 137타점), 브래드 호프(0.291, 29홈런, 116타점), 가렛 앳킨스(0.301, 25홈런, 111타점), 트로이 툴로위츠키(0.291, 24홈런, 99타점)는 노장 헬튼(0.320, 17홈런, 91타점)과 함께 강타선을 이뤘다.
시즌 막판까지도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이 없어보였던 콜로라도는 남은 14경기에서 무려 13승1패를 기록, 샌디에이고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갖게 됐고 이 경기에서 샌디에이고의 에이스 제이크 피비와 전설적인 마무리 투수 트레버 호프먼을 울렸다. 여세를 몰아 강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디비전시리즈, 애리조나와의 챔피언십시리즈까지 싹쓸이, 7전 전승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게 됐다.
홈구장을 옮기지 않는 한 풀 수 없는 명제처럼 여겨졌던 투수진도 제프 프란시스(17승9패, 평균자책점 4.22)를 비롯해 프랭클린 모랄레스, 우발도 히메네스 등이 기대 이상으로 마운드를 지켜줬고 뒷문은 매니 코르파스(4승2패19세이브, 2.08)가 단단히 잠갔다.
열정으로 하나가 된 콜로라도의 파죽지세(최근 22경기 21승1패)가 언제 멈출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올해 연봉총액 25위(5천400만 달러)로 1위 뉴욕 양키스(1억9천500만 달러)에 비하면 '싸구려 팀(?)'인 그들이 본 희망은 이미 월드시리즈 챔피언 반지보다도 더 값지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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