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외로운 산 하나

무등산 북편 자락 담양 땅에는 소쇄원이란 이름난 명승이 깃들여 있다. 그 인접해서는 식영정 같은 송강 정철의 연고 유적도 퍼져 있다. 산의 서편으로는 광주 시가지가 펼쳐졌다. 산 정상의 높이는 1,187m. 대도시에 인접하고 소중한 문화유산들을 품었으면서 주변 수백 리에 우뚝한 형세다. 복 많은 산이다.

하지만 그뿐도 아니다. '무등산 보호단체 협의회'로 연대해 맹렬히 활동하는 지킴이들은 더 큰 복이다. 그들은 산 복원운동을 펼친다. 장불재에 30년 넘게 주둔하던 공군부대는 벌써 10년 전에 옮겨갔다. 3년 전에는 누에봉에 있던 통신시설도 내보냈다. 지금의 초점은 산 정상부 되찾기이다. 이 활동은 1990년에 벌써 그 일부를 개방시키는 성과를 낸 바 있다. 10여 년 전에는 두 번째로 부대 일부 이전도 성사시켰다. 하지만 광주의 25개 시민단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난 5월 그곳 군부대 전부 이전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기도 양평 용문산 입구 고찰 용문사에는 수령이 1천100년이나 되면서 동양 최대라는 천연기념물 30호 은행나무가 있다. 더 올라서면 전국 100대 명산에 들 정도로 산세가 좋다. 그 정상 높이도 1,157m에 이른다. 그러면서도 서울에서 동쪽으로 겨우 100리 남짓 떨어져 있을 뿐이다. 수도권 최고의 명산 중 하나로 꼽히지 않을 수 없는 산이다.

이 산이 다음달엔 명성을 또 한 단계 더 높이게 됐다. 정상부가 개방되기 때문이다. 그곳엔 각종 TV'통신용 안테나들이 들어서 있다.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도 묶였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라도 일반인의 출입은 충분히 허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양평군청의 노력 덕분이다. 40년 만에 처음 길을 열기 위해 군청은 이미 철조망을 걷어냈다.

대구권의 상징인 팔공산(1,193m)은 전국 어느 산에도 빠지지 않는 명산이다. 그러나 人(인)자 형태로 연결돼 있는 정상부 5개 봉우리 중 접근 가능한 것은 동서 양쪽의 두 개뿐이다. 중앙에 자리 잡은 최고봉은 통신시설만 있을 뿐 군 영내가 아닌데도 봉쇄돼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선 기관이나 단체는 없었다. 독도가 외로운 섬이라면 팔공산은 외로운 산인 셈이다.

열흘 전 열렸던 팔공산악제에 즈음해 일부에서 정상부 개방 운동의 필요성을 거론했다고 한다. 제대로 불씨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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