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휘발유 1600원대…서민은 '검은 눈물'

산업현장 국제유가 충격

▲ 국제유가가 최근 급등하면서 경기가 찬바람을 맞고 있다. 18일 오전 대구시내 한 주유소는 이날부터 가격을 인상, 요금표를 바꿔달고 있다. 이 곳 관계자는
▲ 국제유가가 최근 급등하면서 경기가 찬바람을 맞고 있다. 18일 오전 대구시내 한 주유소는 이날부터 가격을 인상, 요금표를 바꿔달고 있다. 이 곳 관계자는 "지난주에 가격을 올렸는데 나흘만에 또다시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휘발유가 마침내 ℓ당 1천600원을 돌파한 것이다. 김태형기자 thkim@msnet.co.kr

"유가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최근 3개월 동안에만 원료 값이 5% 올랐죠.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15%나 올랐습니다. 우리가 내다파는 물건값은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좀 내리라'는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납품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죠. 가만이 앉아 지난해에 비해 15%나 비용을 더 물어야하니 '솔직히 말씀드리면' 죽을 지경입니다."

그는 가족 같이 함께 해온 직원 20명 가운데 3명을 최근 내보냈다. 직원들을 떠나보내던날 마음속으로 한없는 통곡을 했다고 했다.

"원료값때문에 도산 위기에 놓였습니다. 모두 다 함께 거리로 내몰릴 수 없으니 하나둘씩 가족을 줄일 수 밖에요." 그는 유가 급등에 따른 원자재값 폭등사태에 대해 정부가 정말 무책임한 자세로 대응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산업현장에 '기름 폭탄'이 떨어졌다. 산업현장 뿐만 아니다. '기름 폭탄'은 내수 시장 전체를 뒤흔들면서 올 겨울 서민 살림살이부터 큰 흠집을 낼 것이란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국제유가 계속 오르나?

일단 최근의 유가 폭등은 '정치적' '지정학적' 요인들이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터키 정부의 이라크 침공 가능성이 석유 수급 불안 심리를 자극, 국제 유가가 급등한 것이다.

하지만 중동 정세 불안 뿐만 아니라 북반구의 겨울이 닥쳐오면서 석유 수요가 공급을 훨씬 초과할 것이란 예측도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유가가 단시일내에 하락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

지난 10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내놓은 석유수요 전망에 따르면 4/4분기 세계 석유수요는 하루 평균 8천741만 배럴로 수요가 공급을 182만 배럴 초과할 것으로 예측됐다.때문에 미국과 석유수출국기구(OPEC)까지 직접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의 유가 급등 사태는 터키의 이라크 침공 가능성 때문에 증폭된만큼 '지정학적 불안'이 해소되면 유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의견.

실제로 압둘라 빈 하마드 알-아티야 카타르 석유장관은 17일(현지시간) "현재 유가에는 배럴당 20달러의 지정학적 위험이 반영돼 있다."며 "최근 유가 상승세는 우려(fear)에 기인한 것이며 배럴당 86달러 수준의 유가는 펀더멘털과 연관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원유시장에서 공급은 차질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

게다가 삼성경제연구소 등 국내 경제연구기관들도 내년도에 유가가 상승세를 타긴하겠지만 급등세는 나타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평균 유가를 배럴당 67달러로, LG경제연구원도 73~74달러로 예측,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이 올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래도 타격이 크다

대구 서대구공단의 한 화학섬유 제직업체. 그는 실값이 너무 오른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 업체 한 관계자는 "올해 실값이 지난해에 비해 10% 이상 올랐다."며 "삼성전자같은 글로벌기업도 1년만에 10%씩 생산성향상을 이뤄내지를 못하는데 중소기업이 무슨 수로 10%씩 오르는 비용부담을 견뎌낼 수 있느냐"고 했다. 더욱이 제직업계의 경우, 수출기업이 많아 환율 하락까지 겹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

"악재가 겹치면서 채산성을 따지자면 2년 전보다 40~50% 나빠졌습니다. 실값 상승에다 환율 상승으로 월 1억 원이 넘는 손해를 보면서 공장을 돌립니다." 그는 자신은 물론, 전직원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고 했다.

산업계 뿐만 아니다. 벌써부터 서민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대구 중구의 한 목욕탕 주인은 "기름값이 계속 치솟으니 요즘 목욕탕의 주연료원인 도시가스도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며 "이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어쩔 수 없이 목욕료를 올릴 수 밖에 없으니 집에 제대로된 욕실이 없는 동네 서민들부터 골탕을 먹고, 우리도 손님이 줄어드니 올 겨울 수입 감소가 클 것"이라고 걱정했다.

싱가포르 시장에서 거래되는 휘발유 가격(옥탄가 92기준)은 16일 배럴당 90.04달러로, 90달러선을 돌파했다. 통상 국내 정유사들이 국내 유류제품 가격 결정시 원유가 외에 국제 휘발유 제품가격을 더 크게 고려하고 있고 국제시장의 가격이 2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국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돼 조만간 국내 기름값도 크게 오를 전망이다.

지난주 ℓ당 1천555원 선을 기록한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18일부터 1천600원 대를 돌파했다. 대구시내에서도 ℓ당 1천600원 짜리 휘발유가 등장한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소비자 물가는 1.7% 가량 상승한다는 추정치를 내놓고 있다.

한편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가공단계별 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원재료 및 중간재 물가는 전달에 비해 1.5% 올라 8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한 원재료·중간재 물가 상승률은 4.7%로 지난해 8월 7.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은은 "곡물,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올라 원재료 물가가 전달에 비해 5.7% 상승하고 중간재도 음식료품, 펄프.종이제품, 석유제품을 중심으로 0.4% 올랐다"고 설명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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