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의 불로화훼단지에서 20년째 꽃을 가꾸고 있는 A씨는 "비닐하우스의 탐스런 꽃을 봐도 흥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하늘 높은줄 모르고 올라가는 연료비 부담 때문에 허리가 휠 지경이라는 것.
주연료인 벙커C유가 너무 비싸 연탄, 갈탄 등 '타는 것'이면 무엇이든 쓰고 있다는 그는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연료비가 30% 가까이 치솟았다고 하소연했다.
"연료비도 무섭지만 더 무서운 것은 비싼 연료로 키워낸 꽃을 사람들이 찾지 않을지 모른다는 걱정입니다. 이렇게 기름값이 오르는데 사람들의 마음은 당연히 움츠러들겠죠. 꽃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낄 시간이 있겠습니까?"
겨울 찬바람이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증시가 폭락하고 물가불안 우려가 제기되는 등 실물 경기가 꽁꽁 얼어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제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탓이다.
16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장중 배럴당 88.20달러를 기록, 1983년 시장 개설 이래 처음 88달러선을 돌파한 데 이어 전날보다 1.48달러 뛴 87.6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거래된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 역시 하루 만에 2.02달러나 급등하며 배럴당 78.59달러에 거래됐다.
국제유가 급등은 터키 정부가 쿠르드족 분리주의 세력을 겨냥, 근거지인 이라크 북부지역을 무력 공격할 방침을 굳힘에 따라 세계 3대 석유 공급지역인 이곳의 석유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이 17일 4천500억 원이 넘는 매도 공세를 펴면서 코스피지수가 폭락, 2,000고지가 무너지면서 1,983선까지 지수가 밀려났다. 코스닥지수 역시 전날보다 12.51포인트(1.58%) 내린 780.22에 마감했다.
도쿄 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를 비롯, 대만 증시 가권지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상하이A지수 및 상하이B지수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이날 일제히 하락했다.
진병용 대구은행 경제연구소장은 "국제유가 급상승은 상승 전망을 낳고 있는 국내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기업의 투자심리, 가계의 소비심리 등 경제주체들을 움츠러들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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