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잘못된 상식

어린아이들에게 지도 찾기는 놀이이자 학습이다. 나라 안 고을 고을이 어디에 있는가를 놀이를 통해 배우게 한다. 어느 고장의 위치는 어디며 크고 작은 산과 강은 나라 안 어디를 지키고 흐르는지를 자연스레 알게 한다. 나아가 그곳의 특산품은 무엇이며 기후는 어떻고 풍습과 전통은 어떠하다는 것을 익히게 한다. 그래서 지리교육은 생활에 필요한 상식과 교양을 배우는 데 없어서 안 될 내용이라고 한다.

문경이 국군체육부대를 유치할 때 서울 사람들을 설득한 말은 '대전보다 위도가 높다'였다. 높이로만 치면 대전보다 문경이 서울에 더 가깝다며 서울과 멀지 않다고 설득했다. 서울의 높은 사람이나 박사들에게 어린시절의 지식을 상기시킨 이 말은 주효했다. 문경뿐이 아니다. 안동과 영주 등 북부지역 단체장들도 서울의 사람과 자본을 끌어 올 때면 늘상 '대전보다 위도가 높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경부선과 경부고속국도에만 의존하던 시절과 달리 서울에의 접근이 어렵지 않다고 강조한다.

애써 알지 않으려는 사실은 또 있다. 안동이나 영주는 말할 것도 없고 북부지역 하면 대구나 서울 사람들은 멀고 먼 농촌으로만 생각하고 이곳 사람들을 '촌놈'이라고 치부한다. 그러나 안동을 보라. 대구 서울은 물론 도내 어디로도 통하는 사통팔달의 도로망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국도와 고속국도를 통하면 대구까지는 1시간여, 서울도 3시간 안에 들어간다. 우회를 해야 하는 포항지역을 빼면 1시간만 걸리면 경북도내 어디로도 통한다.

낙동강변에 마련된 공원은 대구나 서울의 강변 공원에 밑지지 않는다. 이용하는 사람들이 차지하는 공간이나 쾌적함에 있어서는 오히려 앞선다. 안동 사람들도 아침이면 배드민턴을 치고 수영을 하고 골프연습장과 헬스장을 다닌다. 정부 기관 출장소가 없는 게 없고 국립대학을 포함, 크고 작은 학교가 많지만 출근길 소통은 도시와 비할 수 없다. 대형마트도 있고 장날이면 싸고 질 좋은 먹을 거리가 지천으로 널린다. 다만 대도시에 비해 문화시설이 부족하고 작을 뿐이다.

우물 안 개구리는 우물을 떠나 본적이 없다. 내가 사는 곳만 고집하기에 내가 아는 상식만 내세운다. 경북 북부지역은 그렇게 멀지도 그렇게 낙후된 곳도 아니다. 지금보다 몇 배의 사람이 몰려와도 능히 감당할 여유로운 땅이다.

서영관 북부본부장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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