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인의 성, 공원의 그들

노인들의 쉼터역할을 하는 도심 공원에 속칭 '박카스 아줌마'의 등장으로 인한 노인 성병의 증가, 성관계를 미끼로 거액을 뜯으려는 여성 '꽃뱀 공갈단'의 출현 등은 '노인의 성'에 대해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했다.

본능에 따른 욕구의 제한과 나이 들면 금욕을 강요(?)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음성적인 문란함과 범죄를 부추길 수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드물지만 사회 일각에서는 노인의 성에 대한 인식전환이 시도되고 있다. 재혼을 앞두고 상대방을 위해 음경보형물로 발기력을 회복하려는 노인들이 비뇨기과 진료실 문을 두드리는가 하면, 배우자를 잃은 후 자식들에게 당당하게 이성교제를 선언하는 노인들도 늘고 있다.

경상감영공원, 달성공원, 두류공원은 노인들이 친구를 사귀며 시간을 보내거나 뜻이 맞으면 술도 한 잔 걸치게 되는 만남의 광장으로 애용하는 장소들이다.

지난 11일 오후 달성공원. 화단 난간에 앉아 있는 5명의 노인들 사이로 속칭 '박카스 아줌마'인 듯 보이는 여인이 접근, 먼저 말을 건넨다. 조금 지나자 여인은 "가자. 가자. 잘 해줄게."라며 그 중 말쑥한 노인을 골라 노골적인 추파를 던지며 소매 자락을 끌었다. 노인이 완강한 태도를 보이자 초라한 행색의 여인은 다른 한 쪽에서 술을 마시는 노인들 무리에 다시 슬쩍 끼어들어 조금 전과 같은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노인들은 무료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인양 혹은 그런 여인이 딱히 싫지만은 않은 듯 접근을 적극적으로 막지는 않았다.

집과 가까워 일주일에 서너 번 공원을 찾는다는 권중호(72'중구 대신동) 씨는 "할아버지들에게 커피 한 잔 산다며 접근해 안면을 쌓은 후 식사나 용돈을 얻어 쓰는 할머니들도 제법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더 친해지면 성관계로까지 발전한다는 귀띔이다.

한편 같은 날 찾은 두류공원 우거진 숲 속. 시민 휴식을 위해 마련된 자리에 일단의 노인들과 50대로 보이는 여인들이 이른 오후임에도 질펀한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여인들은 연신 술을 마셔대며 할아버지들에게 술을 더 살 것을 종용했고 취한 노인들의 주머니에선 맥주 한 병이 자리에 들어 올 때마다 5천원씩을 지불하고 있었다.

여인들은 검은 비닐봉지에 맥주를 담고 있었으며 안주는 남루한 가방에서 꺼냈다.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여인들은 취한 노인들의 몸을 쓰다듬고 노인들은 또한 여인의 손을 만지기도 했다.

1990년 이후 노인들 사이에서 성병이 만연하고 있다는 보고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노년기 성이 삶에 새로운 활력을 주는 긍정적인 요인이라면 이 같은 음성화된 이성접촉은 지양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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