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카지노

한때 '슬롯 머신'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시내 어지간한 호텔에는 기계 40~50대가 비치돼 밤새 돌아갔는데 충혈된 눈으로 담배연기 자욱한 공간에서 '팡파르'를 울리겠다는 젊은이들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다행히(?) 김영삼 전 대통령 덕분에 전국에서 슬롯 머신이 일시에 없어졌지만 한 번 빠져본 사람은 타지로 원정까지 다닐 정도로 중독성이 강했다. 얼마전에는 '바다 이야기'가 한바탕 사회를 뒤흔들어놓고 지나갔다.

도박시설이 밀집되어 있는 전문적인 도박장을 지칭하는 말인 '카지노'는 원래 음악과 댄스가 있는 대중 사교장이었다. 19세기 중반 이후부터 도박장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는데 가장 오래된 1861년 개장한 몬테카를로 카지노는 얼마나 성업이었으면 지금도 모나코 공국의 주요 소득원이다.

속임수가 없다면 도박은 순수한 확률게임이다. 따라서 수학자들조차 여기에 관심을 쏟았다. 이제 웬만한 도박은 승부 확률이 거의 밝혀져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게임에 이길 확률이 50%라고 해도 손님이 카지노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점이다. 왜냐면 '머니'가 카지노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사람은 100원이 있고 한사람은 1만원이 있는데 100원짜리 게임을 할 경우, 100원 가진 사람은 한번 지면 그것으로 끝이다. 딸 수 있는 기회가 머니가 많은 카지노에 비해 그만큼 적다는 것이다. 게다가 개인에게는 소위 '熱(열)베팅' 이란 게 있어 자칫 합리성을 잃고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도박은 이래저래 인간을 유혹하는 요인이 많다.

최근 대구시는 문화관광부가 오는 2009년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 2군데를 새로 허가할 것으로 보고 대구를 허가지역에 포함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섬유도시'만으로는 대구가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뜻인가.

지역의 보수적인 성격상 외국인 카지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도 많지만 2011년 세계육상대회 개최는 물론이고 엊그제 세계적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이 대구를 방문할 정도로 대구는 이미 국제화의 길을 걷고 있다. 관광진흥법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하니 건전한 카지노가 들어서길 기대해볼만 하다.

요즘에는 카지노 딜러가 꿈인 젊은이도 많다. 이제 카지노는 '도박'이 아니라 '게임산업'이라는 의식의 전환이 뒤따라야 할 것같다.

윤주태 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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