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 책을 읽는다)어른의 학교

어른의 학교/이윤기 지음/민음사 펴냄

(텔레비전에서 벽에 못을 박아주는 남편에게 "고마워, 여보……."하고 말하는 새색시를 본적이 있습니다. 나는 어릴 적에, 벽에다 못을 박아주는 매형에게 내 누님이 하던 말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누님은 그때 먼 산에다 하는 말처럼 이렇게 중얼거리더군요. "서방 없는 년은 대체 어찌 사노…….")

갤러리나 전시장에서 흔히 접하는 질문중 하나, 형상이 없거나 읽을 수 있는 회화적 장치가 안 보이는 작품 앞에서 관람자들은 가끔 당혹스럽다. 일테면 추상화를 볼 때, 그들 중 머쓱해하며 내게 건네는 말, "저기…… 그림을 잘 볼 줄 몰라서……." "무슨 뜻인지? 설명 좀……,"하며 말꼬리를 흐리는 경우다.

이쯤 되면 '추상(현대미술)이란 본시 설명하기 난해한 그 무엇이'라든가 '머리로 보지 말고 가슴으로 느끼면 좋을 걸 뭘 그러나…….'라고 하면 궁색한 표현이 된다. 작가 또한 관찰자에게 명료하게 얘기하기란 간단치 않을 때도 있다. 단순하게 설명되는 게 미술이 아닌 까닭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이해하려는 사람에게 뜨악하니 느낌만을 요구하기란 석연치 않다.

그래서 적절한 함의는 아니지만 가끔, 산문집 '어른의 학교'에서 본 글을 인용해 설명하기도 한다. 위에 옮겨 놓은 문장이 그것이다. 그림이야기는 아니지만 보다 썩 나은 방법(?)을 찾지 못해 그렇기도 하다.

여기서 감사의 표현을 자의적으로 해석, 색시가 남편에게 "고마워, 여보" 하는 말을 직유의 구상으로 비유하고, 먼 산에다 하는 "서방 없는 년……."을 은유적 표현으로 간주해 추상으로 둔갑시켜 설명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이 작가의 글을 무던히도 좋아하지만, 한때 편지도 넣고 출판사에 전화까지 해가며 그렇게 사랑을 표시 한 적도 있다. '어른의 학교'는 북 디자이너, 화가, 소설가가 만든 여백이 많은 책이다. 단색의 단백하고 깔끔한 삽화는 작가의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더불어 책을 덮으면 문학이 왜 삶을 화사하게 하는지 정말 달콤하게 몰려온다.

권기철(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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