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최재목 作 '허공의 얼굴'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허공의 얼굴

최재목

세수하다가 문득 두 손에 든

물을 바라보다가, 물 한줌 쥔 동안 비치다 깨어지고

다시 짜 맞춰지는 나를 보았네, 두 손과 얼굴 사이에서

은밀히 살아남은 허공의 물방울

물 한줌 쥘 동안 비치는 이목구비

그것마저 놓쳐 버리면 낱낱이 분해되거나

세상으로 흘러다닌 얼굴을 보았네

자신을 잊을 때까지 두 손과 얼굴 사이에서

떠오르다 가라앉는 물방울, 그러다가 그러다가

당장에 무슨 뾰족한 수도 없이

아주 잊혀져가는 얼굴을 보았네

제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제 얼굴을 제가 볼 수 없다. 천수관음처럼 손가락에 눈을 붙이지 않는 한 제 얼굴을 제가 볼 수 없다. 우습지 아니한가. 제 얼굴도 제대로 못 보면서 우주 너머를 보려 꿈꾸고 있으니.

사람은 제 얼굴을 이미지로만 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 이미지가 실제라고 믿는 사람들의 어리석음. 그 어리석음이 瞥眼間(별안간 : 눈 깜박할 동안)에 불과한 짧디 짧은 생애를 영원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그런데 나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오늘 문득 움켜쥔 세숫물에 진실의 이목구비가 잠시 비쳤다 사라진다. '떠오르다 가라앉는 물방울'처럼 사라지는 내 진실한 얼굴. 붙잡아 고정시키고 싶지만 '당장에 무슨 뾰족한 수'가 없으니 '아주 잊혀져 가는 얼굴을' 다만 지켜볼 수밖에.

장옥관(시인)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지난 21일 경기도 연천군에서 북한의 목함지뢰 폭발로 육군 간부 3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건에 대해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뢰가 북한의 것일...
올해부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의 통상임금 지원 상한이 월 250만원으로 인상되었고, 자녀 연령이 만 12세 이하로 확대되며, 최대 3년...
추석 연휴 동안 고속도로 구간단속이 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청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연휴 실종 신고는 5천155건으로 하루 평균...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