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문화권력

문화가 어느새 권력이 되어버렸다.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코드 인사로 소위 운동권 출신 사람들이 문화계에 대거 투입되면서 문화예술계는 불행히도 참 모습을 잃고 말았다. 문화 홍위병을 자처하는 사람들마저 생겨나 문화혁명을 주창하기도 한다.

문예진흥원을 개편해 민간화했다고 하는 문화예술위원회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한편에서 이 위원회에 대해 비판의 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이것이 문화권력 내부 서로간의 다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담당 행정부서는 줄 잘 서는 사람들을 모아 관련 위원회를 구성했답시고 모든 책임을 모면하려 하며, 그 위원회는 권력의 들러리나 시녀와 다름없이 행동하고 있다. 권력욕에 휩싸여 방향감각을 잃어버린 사이비 인사와 행정부서가 교묘히 공생해가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의 일면이 아니겠는가.

거대한 문화행사가 수없이 열리고 있지만 그 대부분은 권력의 과시욕을 드러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수준을 밑도는 비엔날레와 엑스포가 범람하고 있다. 천 개를 웃도는 수의 축제는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질적 수준과 시민의 반응은 제쳐 두고, 기껏해야 동원된 관객의 숫자만을 챙기는 문화 권력형 행정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

개막식과 리셉션이 지자체 단체장들의 자축연이 될 수 없다. 문화의 영역에서마저 권력의 힘이 잔뜩 실려 있다. 문화계에서만이라도 어깨 힘 좀 빼고 살자. 시인들은 그렇지 않아도 이 세상의 슬픔과 아픔을 예민하게 느끼고 있다. 이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노래하게 하자. 권력의 권내로 끌어들이지 말자.

권력은 문화산업이라는 미명 아래 돈줄을 갖다 대고 있다. 게임 산업을 육성하는 데,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그 많은 정부예산을 써야 하는가. 권력형 자금에 의해 운용되는 문화산업이 어떻게 산업으로서 자생력을 갖게 될지 염려스럽다.

영화배급사의 횡포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작품의 예술적 가치는 뒤로 밀쳐두고 관객몰이에 여념이 없다. 금권과 재력 역시 정치권력 못지않게 문화계를 왜곡시키고 있다. 건전한 기부문화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당한 경로를 거치지 않은 후원이라고 한다면, 그 재원은 문화예술의 발전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해악을 초래하고 말 것이다.

문화계에서의 분별없는 권력과 금력의 행사는 폭력이나 다를 바 없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문화의 권력은 넘쳐나지만 문화의 마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문화 권력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문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꾸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문화 권력은 시심과 예술혼을 피폐화시킬 뿐이다.

민주식(영남대 조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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