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생의 땅 가야산] (18)가야의 단풍

형형색색 파노라마 그저 아름답다

"아!" 하는 감탄사부터 터져 나온다. 대구 동구 K2 안에 있는 경북도소방항공대 소속 헬리콥터를 타고 대구를 출발한 지 10분여쯤 됐을까? 단풍으로 불이 붙은 가야산이 눈앞에 펼쳐진다. 정상인 칠불봉에서 시작한 단풍의 물결은 어느새 골짜기까지 뒤덮고 있다. 빨갛고, 불그스름하고, 노랗고 저마다 색(色)의 향연을 펼치는 단풍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다. 벼에 불이 붙는다는 한자 '가을 추(秋)'자처럼 가야산은 단풍으로 불이 붙었다.

지상으로부터 낮게는 수십m, 높게는 수천m 위에서 내려다본 가야산 단풍은 글로 형언하기 힘든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조물주의 지휘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단풍의 군무(群舞)를 펼쳐내는가 하면 각각의 색깔과 모양으로 독주(獨奏)를 선보이기도 한다. 오르락내리락하는 헬기의 움직임에 따라 단풍은 물결을 이루며 춤을 춘다.

칠불봉 동쪽 백운동 위를 선회하던 헬기는 기수를 높여 곧장 가야산 정상부로 향한다. 칠불봉과 우두봉 부근 단풍은 조화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하얀 색의 바위들과 푸른 소나무들이 캔버스가 되어주고 그 위를 신갈나무와 졸참나무, 갈참나무, 단풍나무 등이 한데 어우러져 단풍 잔치를 벌인다. 울긋불긋한 단풍 너머로는 파란 가을 하늘이 보색대비를 이뤄주며 단풍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조화의 아름다움을 넘어 더불어 사는 상생(相生)의 지혜를 가을 가야산은 직접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칠불봉을 맴돌던 헬기는 가야산의 백미로 꼽히는 만물상 위를 나른다. 그 옆으로 돈봉 능선과 동성봉 능선이 펼쳐진다. 파도 치는 능선들을 따라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자리를 잡고, 그 바위들 사이사이로 형형색색의 물감을 흩뿌려 놓은 것처럼 단풍들이 화려한 자태를 자랑한다. 파노라마를 이룬 단풍의 물결이 눈 속으로, 그리고 가슴 속으로 파고든다. 어느 사이에 마음도 단풍으로 물이 든다.

천년고찰 해인사와 그 부속 암자들도 단풍의 물결에 휩싸여 있다. 사진작가들이 단풍 사진을 찍기 위해 자주 찾는 원당암은 빨간 단풍으로, 산 중턱에 자리 잡은 홍제암은 노란 단풍으로 물이 들었다. 용맹정진하는 스님들의 수행을 방해할까 걱정될 정도로 단풍의 빛깔은 고혹적이다.

가을 단풍은 자연이 가져다주는 커다란 선물 가운데 단연 첫 손가락에 꼽을 만하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날 시간, 그리고 자연을 음미할 마음의 여유만 있다면 가야산 단풍의 아름다움에 흠뻑 젖을 수 있다. 30여 분 동안 헬기로 공중을 산책하며 그 아름다움을 실감한 가야산 단풍. 속이 울렁거린 것은 헬기를 탔기 때문이 아니라 단풍의 향연에 취해서이리라.

글·이대현기자 sky@msnet.co.kr 박용우기자 ywpark@msnet.co.kr 사진·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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