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읍참재오' 昌 막는 길이라면…

이 후보 측, 李 최고 사퇴 놓고 고심 거듭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결국 '2인자'인 이재오 최고위원 사퇴라는 극약처방을 꺼내들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회창 전 총재 출마저지를 위해서는 박근혜 전 대표 측 요구사항인 이 최고위원 사퇴문제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 이 후보 측에서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게 됐다."며 박 전 대표 측에 대한 뒤늦은 이 후보 측 대응에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집요한 이재오 사퇴요구=박 전 대표 측의 이재오 사퇴 요구는 집요하다. 이 최고위원이 지난달 29일 "이명박 후보를 인정하지 않는 당내 세력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한 자신의 발언을 연일 사과하고 있지만 들은 체를 않고 있다. 이 최고위원이 말로만 하는 반성과 사과에는 진정성이 없다는 게 박 전 대표 측 입장이다. 박 전 대표 측 유승민 의원은 "정말 반성한다면 자리에서 물러나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 최고위원이 사퇴하지 않는 한 이 후보 측 화해 시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 최고위원은 이에 따라 박 전 대표를 직접 찾아 사과와 반성의 뜻을 전달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5일 최고위원 회의와 의원총회 후 본회의 일정 때문에 박 전 대표가 국회에 머물고 있어 국회의원회관 박 전 대표 사무실을 찾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이 최고위원의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어 면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긴박한 이 후보 캠프=이 최고위원 거취 문제는 이 후보 쪽에는 아킬레스건이다. 이 전 총재 출마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박 전 대표 끌어안기가 급선무이지만 이 최고위원 사퇴문제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당권을 송두리째 박 전 대표 측에 넘겨줘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후보 측에서 그동안 박 전 대표 측 끌어안기에 소홀한 측면이 있었던 것도 이 같은 힘의 불균형을 우려했던 측면이 있다. 이 최고위원이 어쨌든 방패막이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인데 자칫 사퇴카드를 쓸 경우 무장을 해제해야 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후보 측 일부에서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이 최고위원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이 후보 측 원로들은 "이 최고위원을 사퇴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 이 후보에게 직접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의 한 핵심측근은 "2인자(이재오)의 처신이 1인자(이명박)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 최고위원 사퇴 가능성을 시사했다.

◆공은 이 후보에게 넘어가=이 후보는 지난 3일 밤 긴급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 최고위원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동안 이 최고위원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별 문제 없다.'는 식으로 넘어갔던 이 후보로서는 이례적이다. 이 후보는 이날 밤 이 최고위원을 향해 "경선에서 이겼으면 고개를 숙여야지 왜 듣는 사람들을 섭섭하게 하느냐."며 이 최고위원을 질책했다. 이 최고위원이 박 전 대표를 향해 반성과 사과를 잇따라 내놓게 된 것도 이 후보의 이같은 질책이 한몫을 했다.

하지만 이 최고위원의 질책만으로 상황이 정리될 것 같지 않다는 게 문제다. 박 전 대표 측에서 이 최고위원의 사퇴를 요구하며 완강한 버티기를 할 경우 이 후보로서도 별다른 카드가 없다는 것이다. 이 후보 측 내부에서도 "초기에 손쉽게 치유할 수 있는 길이 있었지만 때를 놓쳤다."며 "이 최고위원에 대해 이 후보가 결단을 하는 길밖에 방법이 없다."며 이 후보의 결단을 촉구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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