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전통문화가 숨 쉬는 재래시장

오늘이 입동이다.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을 보며 '한 해가 또 역사 속으로 저무는구나'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 서리가 내리고 아스팔트 위에 한 잎 낙엽이 찬바람을 이기지 못해 저만큼 뒹굴며 날아가고 있다. 분명 얼음이 얼고 눈발이 예고된 입동은 재래시장의 상인들에게는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계절이다.

그러나 추운 날 새벽, 모닥불을 쬐며 하루를 여는 재래시장 상인들의 분주한 모습에서 우리는 삶의 의미를 엿볼 수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재래시장은 있기 마련이고 거기에서 그 국민의 생활수준과 문화를 생생하게 음미할 수 있다.

우리도 과거 번창했던 재래시장이 경제발전과 산업화의 영향으로 서구형 백화점과 대형 마트가 우리 주변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면서 지금은 쇠퇴의 길에 놓여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는 핵가족과 신세대들의 구미에 딱 맞는 시설과 편의성 그리고 좋은 상품을 마음대로 골라 살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원래 시골 4, 5, 7일장에서부터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손꼽히는 재래시장이 대구에서 사랑을 받아왔다. 한때는 직물·포목·의류 그리고 건어물 도매시장으로 우리나라의 3대 시장의 하나인 대구 큰 장, 즉 서문시장과 약전골목, 농산물의 집산지 칠성시장 등은 대구의 재래시장을 대변할 수 있는 시장이었다.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과거 재래시장도 형성되는 필연적인 환경이 있었다. 6·25전쟁에서 비롯된 교동시장, 일명 '양키시장'은 미군부대 피엑스(PX)에서 교류되는 양주와 전자제품·화장품 등이 거래되었기 때문에 오늘날 전자제품과 보석 등으로 특화되고 있고, 대구역을 중심으로 기차 시간에 맞추어 반짝 형성된 번개시장은 반세기의 역사를 가진 우리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담긴 마음의 시장이다.

예쁜 아가씨들이 찾는 의류 판매장이라 해서 야시골목, 돼지국밥의 봉덕시장, 주로 합천·고령 등지를 근거로 한 관문시장 등은 재래시장으로서 우리의 삶과 함께해 온 역사와 전통이 있는 시장들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히 재래시장을 살리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제 재래시장에 대한 과감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재래시장을 특화해서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들안 길과 앞산 먹거리 골목 같은 자랑거리가 대구에 얼마든지 있다. 재래시장은 풋풋한 인정이 넘쳐 흐르고, 역사와 전통 그리고 서민들의 멋과 풍류가 흐르는 우리 문화의 터전인 것이다.

장식환(시조시인·영진전문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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