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름뿐인 문경시 건축위원회

건축위 '재심의' 결정→市가 '허가' 판정

문경의 한 대형건축물에 대해 시 건축위원회가 시설 보완을 결정했으나 문경시가 건축위원회 권고와는 달리 건축허가를 내주는 전국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사례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공무원들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법적으로 만들도록 규정된 건축위원회가 과연 필요한 기구냐.'는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건의 발단

문경시건축위원회는 지난 6월 말 모전동 859~9번지 등의 대지 6천300여㎡에 지하2층 지상 5층 규모로 건축심의를 신청한 가칭 '문경 아울렛'에 대해 1차 심의를 벌인 결과 재심의를 결정했다.

교수와 시의원, 공무원, 건축사 등 12명으로 구성된 건축위는 '건물 안에서 카트 통로를 만들고 도로에서 매장으로의 차량 진입로 추가 확보', '1천㎡ 규모의 소공원 조성' 등의 보완 결정을 내렸다. 지난 8월 2차회의 때도 똑같은 결정이 내려졌다.

◆건축주의 반발

건축주인 L개발 측은 건축위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지상에 도심공원을 조성하면 5층까지 모두 4천여㎡의 건물 면적이 빠져 사실상 건물을 지을 수 없다." , "건축위 주장을 수용할 경우 사업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며 강력 반발했다.

◆문경시도 건축주에 동의

문경시는 9월 중순 다시 건축위원회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2차회의 때까지의 건축위원회 입장을 뒤집고 며칠 뒤 건축허가를 내줬다. 시 관계자는 "건설교통부에 건축위원회의 기능에 대해 질의를 한 결과 '의결이 아닌 자문기구 성격인 건축위 결정은 강제 조항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회신을 받아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왜 건축조례를 간과했을까

문경시 건축조례 3조 8항에는 '위원회의 심의 사항이 조건을 부하여 의결된 경우에는 건축허가시 또는 건축허가전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구비하여 시장에게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외부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건축위원회의 기능과 권한을 강화해 건축심의를 요건에 맞게 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자구책. 하지만 문경시는 건축위 의견을 채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문경시는 조건부 가결인 경우에만 적용되지 부결 때는 이 조항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명했다.

◆건축위원회 무용론

건축위원회는 건축법상 반드시 설치하도록 돼 있다. 경북도 건축지적과 관계자는 "비록 의결기구가 아니라해도 거의 모든 지방자치단체들이 건축위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한다."고 말했다.

실제 경북도 경우 건축위원회가 부결시키거나 조건부 가결시킨 안건에 대해 도가 임의대로 허가한 경우는 전혀 없다. 이는 문경시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문경시가 행한 조치는 건축허가가 해당 자치단체장 권한이어서 비록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해도 건축위원회 설치 취지에 비춰볼 때 충분히 논란거리가 된다는 의견들이 많다.

문경시 건축위원으로 참여했던 모 대학 교수는 "위원회가 부결을 시켜도 행정기관이 허가를 내준다면 위원회 존재 이유가 없다."고 반발했다.

한편 경북도는 이 부분에 대해 최근 감사를 벌인 끝에 '상당히 예외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불법성을 발견하기 어려웠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경·박진홍기자 pj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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