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kg의 몸무게를 줄이기로 마음먹고 마라톤을 시작했다. 처음 운동을 할 때는 1km를 걸을 수도 없었다. 3년에 걸친 노력으로 현재 내 몸무게 77kg. 2007년 4월 10km를 완주하고 내 스스로 대견함에 혼자 눈물을 흘리며 각오를 했다.
학창시절, 운동에 젬병인 나는 달리기에서는 항상 꼴찌였다. 이젠 기록이 중요한 게 아니고 완주를 하는 거다. 경주동아마라톤을 목표로 정하고 하프코스부터 연습을 시작했다.
5월 하프코스를 완주하고(1시간 51분) 몇 번의 하프를 달리면서 내 스스로 나를 담금질했다.
가장 정직한 운동 마라톤. 노력한 만큼의 결실만 주는 마라톤. 달림이들과의 다툼이 아닌, 나와의 싸움. 뜨거운 8월, 혼자 배낭을 지고 팔공산 순환도로 30km를 달리면서 많은 땀을 흘렸다. 9월에는 풀 코스에 첫 출전하여 다리 부상에도 불구하고 완주를 하였다. 드디어 10월 21일 오전 5시 딸과 같이 경주로 향했다.
코스는 경주시내 순환코스라 달리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에 나도 모르게 초반 오버 페이스를 하고 말았다. 완주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10km를 넘어서자, 시원한 형산강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엘리트 선수들이 성큼성큼 달리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두 손 불끈 쥐고 힘을 외쳐줬다.
제1 반환점을 지나니 내 뒤에도 엄청난 마라토너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오릉을 도는 언덕길, 반월성을 휘감아 달릴 때는 힘이 절로 났다.
제 2반환점을 지나서 먹은 바나나의 맛은 아마 앞으로도 맛보지 못할 평생 기억에 남을 맛이었다.
그 달콤함을 과연 어디 견줄 수가 있겠는가. 33km를 지나자 평소에 좋지 않던 왼 무릎이 아파 왔다. 그런데 눈앞에 질러가는 길이 보였다. 달콤한 유혹이 나를 몰아붙였다.
유혹을 과감히 뿌리치고 스피드를 더 줄여 달렸다. 다시 오릉을 한바퀴 돌아 형산강이 다시 보이자 완주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희열을 감당하기 어려워 빨리 달려 보지만 발이 앞으로 나아가질 않았다.
멀리 애드벌룬이 보이고 박수 소리에 혼자 힘을 외치며 운동장에 들어 갈려는데 어디서 "아빠!"하고 딸이 외쳤다.
손을 흔들자 카메라 셔터를 연방 누르던 딸이 수건으로 이마에 땀을 훔쳐줬다. 딸의 손을 잡았다. 너무나 따뜻했다. 그리곤 그냥 달렸다.
딸이, "아빠, 힘 안 들어."하고 물었다. "아니, 기분 너무 좋다." 그리고 잡은 손을 놓지 않고 300여m를 같이 달려 골인하자, 스피커에서 박수를 쳐 달라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들렸다. 난 딸의 손을 높이 들어 흔들었다.
달바라기(kingl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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