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李-昌 지역방문 후 민심은?

환호과 동정 '애증의 이중주'…과거의 애정 있지만 정권교체 열망 더

12, 13일 하루 간격으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이회창 무소속 대선후보가 대구·경북을 다녀갔다. 두 후보 모두 대구·경북을 이번 대선의 최대 텃밭으로 여기고 있어 지역민들의 관심은 남달랐다. 박근혜 전 대표를 사이에 두고 줄다리기를 하던 와중에 박 전 대표는 이명박 지지를 선언했고, 이회창 후보는 지난 7일 대선출마선언 이후 첫 지역방문에서 계란 세례를 받았다.

지난 일주일 '이(李), 창(昌)'의 숨가쁜 텃밭 다툼을 지켜본 지역민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환호, 비난, 안타까움, 애증 등 복잡한 심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이명박 후보에게는 정권 교체 열망을 기대하면서도 BBK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여전히 불안감을 갖고 있었고, 이회창 후보는 좋아하지만 이 시점에서 왜 출마해 지역을 분열시키고 정권교체를 어렵게 만드느냐는 비난도 적잖았다.

이회창 후보가 서문시장을 방문한 13일 한 상인은 "이회창을 두 번이나 찍어줬는데 이번엔 우짜노."라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한 택시기사는 "이명박으로 가야 정권교체되는 거 아이가."라고 단호히 정리했다.

'대구 민심 1번지' 서문시장을 방문한 이회창 후보에게 계란 투척 사건도 일어났다. 현장에선 "'뒤늦게 나와 이게 무슨 오욕이냐.", "정권교체라는 지역민심을 왜 분열시키느냐."는 말이 터져나오고 이에 "(계란 투척을 지켜보고) 이회창을 한 번 더 밀자."는 목소리가 맞서는 등 비난과 동정여론이 동시에 터졌다.

지식인 그룹도 목소리를 냈다. 최덕수 전 대구고등법원장 등 대구지방변호사회 변호사 61명은 13일 이회창 후보의 대선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변호사들은 "두 번의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이회창 씨가 다시 대선에 나온 것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우리들에게 엄청난 충격과 분노를 안겨주고 있다."며 "좌파정권 종식을 열망한다면 과반수 지지를 얻고 있는 한나라당 후보를 불안한 후보라고 비난하지 말고 즉각 사퇴해 혼란한 대선정국을 정리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한나라당 경선에서 지역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박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것도 지역 민심에 파장을 던지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열혈팬이라는 40대 시민은 "경선 때는 박 전 대표를 지지했고, 이회창 후보의 대선출마 선언으로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이명박 후보 지지 발언이 나온 상황이어서 다시 지지 후보를 바꿔야할지 고민"이라고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또 한나라당 당원 백모(60·여) 씨는 "당을 탈당, 이회창 후보를 찍어 주고 싶다."며 "뭐가 뭔지 모르겠고 이명박 후보를 좀 더 지켜봐야겠다."고 말했고, 회사원 김민상(32) 씨는 "한나라당 내 갈등이 봉합된 만큼 이명박 후보를 끝까지 지지하겠다."고 했다.

여론전문가들은 "BBK 의혹, 박 전 대표의 지지 수위, 이회창 후보의 대선완주 여부 등 향후 지역 민심이 겪어야 할 난제가 적잖아 지역민들의 고민은 그만큼 깊을 것"이라고 했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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