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나이 쉰 바라보며 가을의 추억 만끽

가을낙엽이 하나둘씩 떨어질 때쯤 우리는 가을산사를 다녀왔다. 쉬엄쉬엄 달리는 차창밖에 가을 산들은 아름다운 꽃밭을 내다보는 듯했다. 직지사를 지나 조그마한 암자를 오르는 길은 녹색, 진녹색, 진붉은색, 노란색, 연갈색, 형형색색 자연만이 가질 수 있는 물감으로 색칠을 하여 길가에 늘어서 있었다.

큰 나무 사이사이에는 소박한 들국화도 보랏빛 흰빛을 띠며 함께하고 있었다. 오르막을 자동차로 한참을 달려서야 암자에 다다를 수 있었다.

때마침 암자에는 며칠 전 돌아가신 분을 좋은 곳으로 인도하는 천도재가 진행 중이었다. 우리는 생전에 알지 못한 분이지만 함께 동참했다. 조용히 기도를 올리는 동안에도 풍경소리가 끝없이 들려와 가신 님의 명복을 비는 듯했다.

내려오는 길가에는 올라갈때 보지 못하던 감나무가 잎사귀도 없이 가까스로 매달려 선홍빛 빛깔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까치들의 겨울양식으로 남겨 두었을까 생각하며 산사를 내려왔다. 바람이 휭하니 불 때마다 낙엽이 휘휘 날리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하는 듯했다.

쉰을 바라보는 두 여자의 가을여행, 2007년이 남긴 조그마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다.

윤숙자(경북 구미시 신평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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