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너, 우리 식으로 바꾸면 쉬워요

한국식 주도(酒道)와 서양의 와인매너는 사뭇 다르다. 문화가 다르다보니 웃지못할 헤프닝도 벌어진다. 한국식 주도를 지키자니 와인을 마시는 자리에 걸맞지 않고, 그렇다고 서양식을 따르자니 '예의없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그래서 여태용 세계주류 대표는 "와인 매너도 한국화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매너란 정해진 형식이 아니라 함께 있는 사람을 배려하고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벌떡 일어나 두손으로 받을까?

신입사원 입사 환영회 자리. 회사 대표이사가 와인 한 잔을 따르겠다고 나섰다. 가뜩이나 바짝 얼어있던 신입사원 A씨. 벌떡 일어나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두 손으로 정중히 잔을 받는다. 이것은 과연 잘못된 와인 매너일까?

서양에서는 와인을 따를 때 잔에 손을 대지 않는다. 그냥 가벼운 눈인사로 고마움을 표하고 만다. 하지만 이런 매너도 때와 장소에 맞아야 하는 법. 굳이 와인 매너를 지키겠다고 윗사람이 와인 따르는데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는 것은 우리 '정서'에 맞지 않다.

여 대표는 "친분이 두터운 상사나 선배의 경우에는 잔 받침대에 살짝 손을 올려놓는 정도로 예를 표하면 되겠지만, 깍듯이 예를 갖춰야 하는 분께는 두손으로 잔을 받는 것이 우리나라의 사정에 맞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두 손으로 잔을 받을 때는 잔을 높이 들어올려서는 안된다. 와인 잔의 높이가 높은데다 병의 길이도 길어 높이 들게 되면 따르는 사람이 불편하다.

◆첨잔은 안될 말?

이탈리아로 해외여행길에 나선 B씨. 레스토랑에서 와인 한잔을 곁들여가며 아내와 식사를 하고 있다. 이 때 B씨의 잔에 2모금 분량의 와인이 남아있는 것을 보고 웨이터가 다가와 와인병을 집어든다. 순간 B씨는 잽싸게 원샷으로 잔을 비운 뒤 웨이터 앞에 내 놓는다. 당황한 웨이터의 표정이란….

우리나라에서 첨잔은 '제사지낼 때나 하는 일'이라지만, 와인 매너에 따르면 잔에 2모금 분량이 남았을 때 다시 채우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니 굳이 잔을 깨끗히 비우고 와인을 받을 필요는 없다.

◆빙글빙글, 쩝쩝?

와인에 대해서는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얕은 지식밖에 없는 C씨. 맛을 음미하겠다고 와인 한 모금을 들이킨 뒤 후루룩 후루룩 소리를 내며 입안에서 혀로 빙글빙글 돌린다. 또 와인은 스월링(Swirling)을 통해 공기와 골고루 접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는 말에 따라 대화 중간중간에 심심하면 잔을 빙글빙글 돌려댄다. 정신사납다.

와인 맛을 깊이 음미하기 위한 행동이나 스월링은 일반적인 모임 자리가 아닌 테스팅을 할 때나 필요한 것. 여 대표는 "와인을 볼이 넓은 잔에 따르는 것 자체가 이미 산소와의 접촉을 하게 하는 것이므로 비즈니스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습관적으로 와인잔을 돌려대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라고 했다. 입에 와인을 머금고 혀로 맛을 분석하는 것도 집에서나 할 일이다.

◆건배, 쨍~?

연말, 회사의 회식자리. 사장이 나서 건배를 제의한다. 사장은 주위 사람들에게 팔을 쭉 뻗어 잔을 부딪히길 원했지만, 와인 매너에 해박한 임원 D씨는 살짝 잔을 들어올리며 목례를 하고 말았다. 무안해진 사장님.

서양 사람들은 잔을 부딪히지 않는 경우가 흔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굳이 잔을 '쨍~'하고 부딪히기를 좋아한다. 잔을 부딪힌다고 해서 와인매너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와인잔의 입이 닿는 부분은 깨지기 쉬우므로 볼록한 부분이 맞닿도록 잔을 부딪히는 것이 좋다. 소리도 청아하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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