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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그-이, 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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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말을 잘해야 할 수 있는 직업이다. 말로 싸우고 말로 마음을 얻는다. 그렇다고 정치인 누구나 말을 잘하는 것은 아니고 말을 잘한다고 지도자가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말이 많다 보니 오히려 말 실수로 곤욕을 치르는 일도 적잖다.

대변인은 정당의 입이다. 순간의 상황을 정리, 논평을 내고 상대의 말에 담긴 허점을 반박해야 한다. 명 대변인으로 꼽힌 분들은 한마디에 상황을 담아 내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스캔들이냐"는 말을 유행시킨 한나라당 박희태 의원은 역대 최고 대변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어눌하지만 상황을 축약하는 재치가 돋보였다.

여야 대변인을 두루 거친 김철 전 의원은 민국당 대변인 시절 정치부 기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단 한줄로 축약한 그의 논평은 여야 대변인의 입싸움이 치열하던 당시로선 신선한 파격이었다. 당직자들의 일괄사퇴에 대한 논평 요구에 "지금은 내부수리 중이라 논평을 낼 수 없다"고 한 일화는 유명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사석에서 꾸밈없는 입담으로 좌중을 압도했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명언을 남긴 김영삼 전 대통령은 말 실수도 많았지만 크게 눈총을 받지는 않았다. 벤처 사업에 뛰어 든 후배 정치인에게 '니 벤츠 타고 다닌다며'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정치권에선 알아주는 입담꾼이다.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장인의 빨치산 활동을 겨냥한 상대 후보의 공격에 "그럼 내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는 한마디로 상황을 반전시켜 버렸다. 대선 후보로 나선 어떤 분은 야당 총재 시절 일일교사로 여고를 방문, 학생들에게 '빠순이들' 운운하여 곤욕을 치렀다. 술집 접대부의 은어인 줄 모른 채 오빠부대를 지칭하는 말이라고 여겼다가 진땀을 흘렸다.

서울 사람들이 가장 재미있게 여기는 경상도 말은 '가-가 가-가'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냐'는 말이다. 안동에는 이런 말이 있다. '그-이 그-지'다. '네가 그렇게 하니 나도 그렇게 하지'란 말이다. 둘 다 압축의 백미라 할 만하다. 한 달도 남지 않은 선거전에 난무하는 말만 들으면 선뜻 선택할 대통령감이 없다. '그-이 그-지'식의 난투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는 '그-이 그-지'를 익히러 안동 나들이라도 해보심이 어떨까.

서영관 북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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