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친절한 Life씨]내부 고발자-해외 사례와 법률

국가 차원서 보호...보상도 구체적

내부고발의 대표적 사건이라면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꼽을 수 있다. 1972년 리처드 닉슨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한 이 사건을 고발한 내부고발자는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이었던 윌리엄 마크 펠트. 그는 2005년 스스로 자신이 워터게이트 사건을 제보했던 암호명 '딥 스로트'(Deep Throat)라고 밝히기 전까지는 33년 동안 철저하게 신변보호를 받으며 세간에 익명의 제보자로 남을 수 있었다.

2천460억 달러의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액을 이끌어낸 '담배소송'도 내부공익제보자에 의해 밝혀질 수 있었다. 메이저 담배회사 '브라운 앤 윌리엄스'의 전 부사장이었던 제프리 와이건은 폐암을 유발할 수 있는 화학처리물질을 담배제조 과정에 첨가한다는 사실을 언론에 폭로했다.

일본에서는 2000년 미쓰비시 자동차가 오랜 기간 제품 결함과 리콜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해오다 내부 직원의 폭로로 발각되기도 했으며, 일본 유제품 시장의 80%를 장악하며 연간 10조원의 매출을 올리던 거대기업 유키지루시(雪印)식품은 2002년 '호주산 쇠고기를 국내산으로 위장해 왔다'는 거래업체의 제보로 결국 문을 닫았다.

그리고 최근 일본에서는 식품업계의 내부고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양상이다. 유통기한 늘리기, 쇠고기 가공식품에 돼지고기 등을 섞는 등의 수법은 내부고발을 통해 밝혀질 수 있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4개월 동안 농림수산성에 쏟아진 고발건수가 241건에 이를 정도라고.

이렇게 미국과 일본에서 내부고발이 이뤄지고, 공익제보자가 보호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공익제보에 대한 법률이 잘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공익소송을 전문으로 맡고 있는 정한영 변호사는 "미국은 1986년 '부정주장법'(False Claim Act)이라는 연방차원의 공익제보자 보호법을 만들었으며, 환경·생명·의료·정부계약 등 20여개의 개별 법률 중에도 공익제보자를 지원·보호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며 "이것이 미국에서 정부와 거대기업의 비리를 폭로하고 바로잡아 나가는 힘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미국의 내부자고발보호법의 장점은 제보자에게 기소권까지 주고 있으며 보상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 정 변호사는 "2003년 까지 연방정부를 상대로 한 내부고발 중 공익제보자의 제보를 통해 절약 또는 회수할 수 있었던 정부 예산 78억 달러 중 13억 달러가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상금으로 주어졌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우에는 2000년 미쓰비시 자동차 사건을 계기로 2004년 '공익통보자 보호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일부 정치인들과 업계의 거센 반발로 법안 내용이 애초 공개됐던 초안에 비해 상당히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래도 일본내부의 고질적인 병폐를 하나 둘 개선해나가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 외에도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세계 10여개의 국가가 공익제보를 보호하는 법률을 별도로 두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법률은 아직도 미비한 상태다. 2001년 제정된 '부패방지법'에 세부조항으로 내부고발자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 정 변호사는 "규정 내용이 너무나 빈약하고 추상적인 것이 문제"라며 "공익제보는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세부적으로 범주화하고,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호규정을 공공분야 뿐 아니라 민간분야까지 확대하는 공익제보자 보호법의 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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