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횡재에 관하여]꿈보다 해몽 횡재는 마음에 숨어있다

멧돼지를 잡은 꿈보다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는 느낌, 부모님을 만났다는 사실보다 부모님을 만나 행복한 마음, 조상묘소 산에 난 불을 염려하는 마음이 복을 가져온 것은 아닐까.

대전의 한 공무원이 2007년 충남 연기군 전월산 자락에서 산삼 8뿌리를 캤다. "눈이 하얗게 덮인 산기슭에서 멧돼지를 잡는 꿈을 꿨다."는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을 갖고 산에 올랐다가 횡재한 것이다.

강원도 철원의 한 할머니는 2007년 9월, 철원 대성산에서 30, 40년생 산삼 6뿌리를 캤다. 그는 전날 꿈에 "친정 어머니가 소를 타고 나타나 산으로 가자고 했다."며 오랜만에 어머니를 만나 즐거운 마음이었는데, 산삼을 얻었다고 했다.

강원도 횡성에 사는 한 여성은 동네 뒷산에서 산나물 캐다가 50여 년생 산삼 12뿌리를 캤다. 며칠 뒤에는 남편과 함께 또 산삼 6뿌리를 캤다. 도씨는 "우렁찬 목소리의 노인을 따라가 산삼을 캔 꿈을 꾼 뒤에 잇따라 횡재를 했다."고 했다. 남편 이씨는 "도시에서 태어나 농촌으로 시집온 아내가 7년 전부터 중풍으로 고생하다가 돌아가신 시아버지를 극진히 모신 효부였다. 아내의 효심에 산신령님이 감동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2002년 5월 문모씨는 강원도 화천군 백운산 중턱에서 더덕을 캐고 내려오던 길에 발을 헛디뎌 넘어진 자리에서 산삼 34뿌리를 캤다. 그는 "그날 새벽 꿈에 3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를 만나 즐거운 마음으로 산에 올라갔다가 횡재했다."고 말했다.

2004년 5월 경북 영덕의 한 농부는 산삼 25뿌리를 캤다. 그는 "전날 밤 조상묘소가 있는 산에 큰불이 나는 꿈을 꾼 뒤 염려스러운 마음에 묘소를 살피러 갔다가 산삼을 발견했다."고 했다. 그가 산삼을 캤던 시기는 5월로 농부에게는 바쁜 계절이다. 바쁘지만 조상 묘소가 걱정돼 살피러 갔다가 복덩이를 만난 셈이다.

'산삼 횡재'를 만난 사람들은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좋은 꿈을 꾸었다. 더불어 그 꿈을 좋게 해석하고 있다.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 부모님과 즐거운 만남, 효심, 좋은 마음 등이다. 멧돼지를 잡은 꿈보다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는 느낌, 부모님을 만났다는 사실보다 부모님을 만나 행복한 마음, 조상묘소 산에 난 불을 염려하는 마음이 복을 가져온 것은 아닐까.

'말이 씨가 된다.'고 한다. 미래가 밝을 것이라고 믿으면 밝고, 어두울 것이라고 생각하면 어두워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영국 작가 토마스 하디의 소설 '테스'에서 주인공 테스는 불우한 삶을 살아간다. 운명은 그녀를 늘 불행으로 몰아간다. 평범한 시골 아가씨였던 테스는 어째서 평범한 삶을 살 수 없었을까? 어린 시절 그녀는 자신의 삶을 '썩은 사과'에 비유했다. 조금도 거리낌없이!

작가 토마스 하디는 '성격이 곧 운명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는 소설 '테스'를 통해 사람의 성격이 운명을 어떻게 결정하는지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올해부터는 우리 운명을 '잘 익고 윤기 나는 사과'로 규정해버리자. 횡재와 행복은 마음속에 숨어 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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