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교한 수술 '척척'…로봇 수술시대

의사 대신 로봇이 수술하는 것은 더 이상 공상과학영화나 만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경북대병원 수술실. 직장암 환자가 누운 수술대 옆에는 메스를 쥔 의사는 보이지 않고 로봇이 4개의 팔과 카메라를 움직이면서 수술을 하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의사는 손발로 로봇을 조종하고 있었다. 미래의학으로 손꼽히는 로봇수술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로봇수술의 장점

'수술은 수술해야 할 부위가 잘 보이면 잘할 수 있다.' 이 말은 외과의사가 공감하는 말로서 성공적인 수술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일반적인 복강경 수술(배를 열지 않고 몇 개의 작은 구멍을 뚫어 그 구멍에 기구를 넣어서 하는 수술)은 2차원 영상으로 수술하는 반면 로봇수술은 3차원의 영상을 통해 이뤄진다. 따라서 장기나 조직의 입체적인 구조를 확인하면서 수술이 가능하다. 또 영상의 질도 고해상도(Full HD급)여서 깨끗하고 정밀한 수술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최대 15배까지 확대된 영상은 마치 현미경을 통해 미세수술을 하는 것처럼 아주 가는 혈관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로봇수술은 정교한 수술일수록 그 위력을 발휘한다. 전립선암 같은 까다로운 암 수술이나 심장수술에 로봇을 이용하면 사람의 손동작을 최대 20% 수준으로 줄일 수 있어 손 떨림이 전혀 없다. 로봇의 팔에 달린 작은 기구(지름 5~8㎜)는 사람 손목의 움직임처럼 관절이 있어 사방으로 회전이 가능해 작은 공간 안에서도 어려운 수술을 쉽고 정밀하게 실행한다. 수술하는 입장은 그렇고 수술받는 환자는 어떤 이점이 있을까? 출혈이 기존 수술방법보다 상대적으로 적고, 합병증도 예방할 수 있다. 수술로 인한 상처가 적기 때문에 입원 기간이나 회복 기간을 줄일 수 있다. 궁극적으론 환자의 치료 성적을 높일 수 있다.

◆로봇이 수술? 그렇다면 의사는?

로봇이 혼자 알아서 수술을 하는 것은 아니다. 로봇은 단지 외과의사가 조종하는 대로 충실하게 움직이는 도구일 뿐이다. 기존 수술에서처럼 경험 많은 외과 의사의 판단과 손기술이 로봇수술에서도 가장 중요하다. 복강경 수술 경험이 많은 의사가 로봇수술에 유리하다. 로봇수술은 기존의 복강경 수술에 로봇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수술 로봇의 이름은 '다빈치'(Da Vinci). 최초의 인간형 로봇을 디자인한 이탈리아의 과학자이자 예술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로봇수술은 2005년 7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 데 이어 최근 경북대병원에서도 시작했다.

◆어떤 수술에 쓰이나

다빈치 로봇 수술은 복강경 수술이 가능한 모든 질환에서 가능하다. 대체로 다음의 경우에 많이 활용된다. ▷비뇨기과의 전립선암, 신장 절제술 ▷외과의 위암, 대장암, 비장절제술 ▷산부인과의 자궁경부암, 자궁근종, 난소종양 ▷흉부외과의 폐암수술, 심장판막재건술, 심장 중격 결손 등이다. 하지만 이전에 받은 수술이나 염증으로 인해 유착이 심한 경우, 종양이 크고, 주위 장기에 침입했을 경우 등에는 로봇수술이 불가능할 수 있다.

◆수술비용이 부담

로봇수술은 장점이 많은 수술 방법이다. 하지만 24억 원이나 되는 장비이면서 한 번 수술에 300여 만 원의 소모성 비용이 들기 때문에 수술비가 비싸다. 소모성 비용은 붙였다 뗐다 하는 로봇 손의 교체 비용인데, 10회까지만 쓰면 새것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서 수술비용은 적게는 700만 원, 많게는 1천500만 원까지 든다. 로봇수술은 국민건강보험에서 '인정 비급여'로 분류돼 있어 수술비용 전액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물론 민간 건강보험에 가입한 경우 상품에 따라 수술비가 지급될 수 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도움말·최규석 경북대병원 외과 교수

☞수술 로봇은 이렇게 작동

로봇은 4개의 팔을 갖고 있다. 각각의 팔은 가위, 집게 등 하나씩의 수술 기구를 끼워서 쓸 수 있다. 1개의 팔은 고성능 카메라를 갖고 있다. 이 카메라는 몸 안에 있는 장기를 정밀하게 보여준다. 4개의 팔은 따로 떨어져 있는 메인콘솔(main consol·주 조종석)에 연결돼 있고, 이 조종석에는 의사가 손과 발로 조종할 수 있는 조종간이 있다. 또 로봇의 카메라와 연결된 모니터가 있어 이곳을 보면서 3차원 영상을 통해 로봇의 팔을 움직여 수술한다. 로봇과 조종석은 거리 조절이 가능하다. 의사는 조종석에 앉아서 '집도'하기 때문에 안정된 수술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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