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전은 즐겁죠" 영덕 칠보산자연휴양림 현재혁 팀장

의료 봉사도 하고 영어캠프도 열고

벽지 주민을 위한 의료 봉사활동과 이들을 위한 영어캠프 운영. 언뜻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런 일들이 자연휴양림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 일을 성사시킨 주인공은 경북 영덕 칠보산자연휴양림의 현재혁(42) 팀장. 선천적인 장애로 말씨가 어눌하고 몸은 불편하지만 산간 벽지의 주민들을 위한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현 팀장을 만났다.

▶첫 번째 도전

현 팀장의 첫 번째 도전은 사회였다. 영남대학교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이 다가오면서 기업체에 취직원서를 내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장애가 걸림돌이었다. 그래서 공무원에 도전했다.

"졸업 뒤 1년 동안 공무원 준비를 하면서 보따리 장사와 공장 근무, 과외 등 여러 가지 일을 했습니다. 공무원이 된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에 먹고살 방법을 모색한 것입니다."

마침내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공무원으로 첫 발을 내디딘 곳은 구미 국유림관리소였다. 서무계에서 세입, 지출, 계약업무를 했다. 이 일은 14년간 이어졌다.

"공무원 합격은 또 다른 도전이었습니다. 또 다른 세상에서 부딪쳐봐야 되겠구나 결심했습니다."

그는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업무능력이 뒤떨어진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두 번째 도전

14년간 구미 국유림관리소에서 근무한 그는 또 다른 도전을 했다. 2006년 경북 영양군 수비면 검마산자연휴양림으로 발령이 난 것이다.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두려움과 함께 책임감이 앞섰습니다. 지역에 보탬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경북 최오지 중 하나인 경북 영양군 수비면 검마산자연휴양림에서 그는 많은 일을 해냈다. 그는 수비면 아이들의 공부여건이 도시아이들에 비해 너무 어렵다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외국어학원 원장에게 영어캠프를 열어달라고 부탁했다. 영어캠프는 네 차례나 열렸다.

"휴양림은 지역 발전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는 외국어학원 원장의 도움으로 원어민 강사와 학원강사를 초청해 영어공부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학생들을 대상으로 캠프를 열었습니다. 실력이 금방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동기유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반응은 좋았다. 휴양림에서 영어캠프까지 열어주느냐면서 놀라워했다. 사람들이 휴양림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또 국제민간봉사단체인 포항 해송로타리클럽과 자매결연을 맺고 영양군 수비면 주민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벌였다. 의료·법무·세무 봉사활동과 농촌지원 봉사활동으로 이원화해 진행했다. 오지에 살면서 몸이 아파도 병원을 찾기가 힘든 주민들을 위한 의료봉사는 지역 주민들로부터 인기가 많았다. 의사, 한의사, 변호사, 세무사 등 대부분 전문직 종사자인 이들은 의료 봉사와 법률, 세무상담 등의 활동을 벌였다. 마을의 낡은 집을 수리해주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에는 휴양림에서 산골마을 주민들을 위한 '댄스 페스티벌'도 열었다. 발레와 재즈, 현대무용, 라틴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댄스를 선보여 주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휴양림을 찾는 도시 손님들은 댄스공연이 낯설지 않겠지만 산골 어른과 아이들은 좀처럼 구경하기 힘듭니다. 검마산의 아름다운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펼쳐진 댄스공연이 산골 주민에게 좋은 추억이 됐습니다."

▶세 번째 도전

현 팀장은 또 다른 도전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10월 경북 영덕군 칠보산자연휴양림으로 발령이 난 이후부터다.

"한국에는 다문화가정이 많습니다. 이국 땅으로 결혼하러 멀리서 온 외국분들이 얼마나 힘들고 외롭겠습니까. 그들을 휴양림으로 초청해서 단 하루만이라도 자기 나라 말로 말하고 음식을 만들어 먹고 잘 수 있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문화 축제로 발전시켜 나가고 싶습니다."

현재 칠보산자연휴양림이 위치한 병곡면에는 다섯의 다문화가정이 있다. 우선 이들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하고 영덕군 전체 다문화가정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다양한 방면의 전문가들과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또 장애인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휴양프로그램과 지역 내 홀몸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생각하고 있다.

"현재 자연휴양림은 도시민들이 쉬었다 가는 공간만 되고 있습니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지역과 하나되는 휴양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이용객이 찾는 휴양림도 중요하지만 지역민에게 다가가는 공익적 기능을 갖춘 휴양림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고 누구나 즐길 수 있고 함께할 수 있는 자연휴양림을 만들고 싶습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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