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도현 9번째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

'몸에 남은 물기를 꼭 짜버리고/ 이레 만에 외할머니는 꼬들꼬들해졌다/ 그해 가을 나는 외갓집 고방에서 귀뚜라미가 되어 글썽글썽 울었다.'('무말랭이' 중)

돌아갈 수 없기에 더 아련한 것일까. 혀에 각인된 잊었던 추억의 이야기들이 시의 밥상으로 차려졌다.

안도현(47) 시인이 아홉 번째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창비)를 냈다.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이후 4년 만에 나온 이번 시집은 특히 유년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먹을거리를 가지고 정겨운 추억들을 복원해 냈다.

경북 예천의 외가에서 먹던 태평추, 부엌에서 밥 끓는 냄새가 툇마루로 기어오는 '빗소리'를 비롯해 '수제비', '닭개장', '물외냉국', '안동식혜', '갱죽', '건진국수' '매생이국'등 군침 도는 시어들을 엮어 어린 추억을 건져 올리고 있다.

입 안에 착착 감기는 맛을 선사하는 음식시편 외에도 시인은 잊었던 첫사랑('명자꽃')이나 사물과 자연의 여백과 향기('공양' '칡꽃'), 허공의 깊이('나비의 눈'), 길과 삶에 대한 깊은 사유('조성오 할아버지') 등도 담고 있다.

196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난 안 시인은 198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낙동강'로 등단했으며 맑은 시심을 바탕으로 한 감성적인 정서의 시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현재 우석대 문예창작과 전임강사로 재직 중이다. 120쪽. 6천 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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