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 박정한 대구가톨릭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차별 없는 의료 모든 국민이 누려야"

최근 WHO(세계보건기구) 본부 소속 생식보건과학기술자문위원으로 재선임돼 3년 동안 활동하게 된 박정한(63) 대구가톨릭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모자(母子)보건학'을 전공,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모유수유 운동 전개, 저 출산 고령화 문제 등은 물론 지역 의료산업 발전을 위한 포럼까지 만들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의대생 시절, 무의촌 의료봉사 활동을 많이 다녔는데 그 때는 마음씨 착한 간호사와 결혼해 평생을 함께 다니면서 의술을 베풀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무료진료만이 능사가 아니었습니다. 모든 국민이 의료서비스를 차별 없이 받을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박 교수는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 의사가 아니라 예방의학자의 길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40여 년 전 품었던 꿈을 얘기했다.

WHO 생식보건과학기술자문위원회는 무슨 일을 하는 곳일까? 그는 "생식(生食)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다."며 농담을 꺼낸 뒤 "넓게 보면 임신과 출산 분야, 좁게는 성 관계(성병, 성차별, 성폭력 및 성매매)까지 포함하는 보건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회는 생식보건을 위한 기술개발과 확산, 연구인력 양성 등에 대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을 한다. 위원회는 전문가 10명, WHO 지역대표 5명, 자문위원 5명 등 20명으로 구성되는데, 그는 전문가 위원으로 두 번째 임기를 맡게 된 것이다. "생식보건은 한국의 경우 과거엔 산아제한이 목표였다면, 지금은 출산장려가 목표인 것처럼 국가마다 정책 지향점이 다를 수 있습니다.

박 교수는 국내에 모유수유 운동을 일으킨 주역 가운데 한 명. 그가 경북대 의대 교수 발령을 받고 귀국(미국 월터리드 육군연구소 예방의학과장(소령)으로 재직 중이던 그는 정부의 해외고급인력 유치계획에 따라 귀국)한 1981년은 가족계획사업 성과로 인해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모자의 건강증진을 위한 출산조절이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는 시기였다. 그때부터 모유수유에 대한 관심을 갖고 연구를 시작해 93년 모유수유권장사업이 시행되는데 기여를 했다. 4년 전부터는 한국유니세프위원회의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 만들기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의 이력을 보면 교수로서, 예방의학자로서 삶을 짐작할 수 있다. 92년 대구가톨릭대로 자리를 옮겨 두 차례 의대학장을 지냈으며, 보건복지부장관 자문관, 한국모자보건학회 회장 및 이사장, 대한민국 의학한림원 정회원, 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 겸 운영위원 등을 역임했다.

삶의 터전인 대구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2006년 4월 대구의료복지포럼을 만들었다. 보통 포럼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용역을 받아 결성하는데, 그는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 포럼을 만든 것이다. "대구 의료계는 위기입니다. KTX 개통으로 암 등 중증 환자의 서울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빅5'로 불리는 서울의 대형병원들이 거대 자본을 투자해 병원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대구는 이에 경쟁할 자본과 인력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대구의 대학병원들은 상생할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협력을 유도할 주체나 의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의료계는 물론 외부 인사들까지 참여하는 포럼을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4번의 포럼을 열면서 지역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오는 25일 열릴 포럼(지식경제자유구역에서의 의료산업의 생존전략)은 대구시가 후원하게 됐다.

현직 의료계에서는 원로급이지만, 그에겐 에너지가 넘쳐난다. 원동력은 무엇일까? "저는 가톨릭 신자입니다. 소명의식이 저를 지칠 줄 모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아내(하정옥 영남대 의대 학장)의 격려와 조언도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풍채가 당당하고 젊어 보인다. "생활원칙이 있습니다. '과식하지 않기, 과일과 채소 많이 먹기, 과음하지 않기'입니다. 물론 담배는 피우지 않습니다. 일주일에 3, 4일은 집 근처 스포츠센터에서 달리거나 걷고, 기구를 이용해 근력운동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방법은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죠." 그는 이것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 사진 정우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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