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월이면 학교간다" 초교 신입생 입학 준비

▲ 2008학년도 초등학교 신입생 예비 면접이 오는 24일 대구 전 공립초교에서 열린다. 새내기 학부모나 신입생 자녀 모두 순조로운 학교 생활을 잘하기 위해 3월 개학 때까지 알아두고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 2008학년도 초등학교 신입생 예비 면접이 오는 24일 대구 전 공립초교에서 열린다. 새내기 학부모나 신입생 자녀 모두 순조로운 학교 생활을 잘하기 위해 3월 개학 때까지 알아두고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오는 24일은 대구의 204개 공립 초등학교들이 신입생과 첫 만남을 갖는 예비 면접일이다. 학교는 이날 취학 통보된 학생이 앞으로 학교생활을 하는 데 신체상의 어려움이 없는지, 수학 능력에 특이사항이 없는지를 살펴 반 배정 준비 작업을 한다. 학교에서는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생애 처음으로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새내기 학부모들은 어리기만 한 아이를 학교에 보낼 일에 걱정부터 앞선다. 아이가 선생님, 반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지, 학교 가기 싫다고 고집을 부리지는 않을지 조바심이 들게 마련이다. 선배 새내기 학부모와 1학년생들을 오래 지도한 교사들로부터 조언을 들어본다.

▶새내기 학부모로 보낸 1년

"학교 화장실을 잘 쓸 수 있을까 이게 첫 걱정이었어요." 학부모 현주(35·여·달성군 화원읍) 씨는 지난해 이맘때 맏이인 딸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설렘 반 걱정 반으로 보냈다. 그래서 작은 것부터 미리 준비했다. "음식점에 갈 일이 있으면 일부러 좌변기를 쓰도록 시켜봤어요. 유치원 때와는 다르니까 혼자 해결할 수 있도록 했는데 그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예비 면접을 다녀온 뒤에도 아이 손을 잡고 몇 차례 학교까지 동행했다. 앞으로 공부하게 될 교실을 둘러보고 운동장도 몇 바퀴 함께 걸었다. 교문 앞 횡단보도를 건너는 연습도 일부러 시켰다.

제 이름은 쓸 줄 알지만 필순(筆順)을 잘 틀리는 'ㄹ', 'ㅁ' 같은 글자는 아이와 함께 써보면서 꼼꼼히 교정했다. 읽는 법을 미리 배워갔기 때문에 수업시간 중에 책 읽는 스트레스는 없었다. 하지만 현 씨가 정작 고민했던 것은 공부가 아니었다. 선생님,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일이 중요했다. "수업시간에 발표할 때는 손을 먼저 들고 말해라, 친구들한테는 네 고집만 부리지 말고 얘기를 잘 들어줘라, 선생님한테는 공손하게 대답해라는 식으로 거듭 주의를 줬어요."

무엇보다 아이가 학교를 즐거운 곳으로 여겼으면 싶었다. 하지만 현 씨 역시 여느 새내기 학부모들처럼 '이러면 선생님께 혼난다', '선생님은 무섭다'는 식으로 아이에게 미리 조심하도록 시켰는데, 지금 생각하니 오히려 후회가 된다고 했다. "아이에게 미리 겁을 주지 않았으면 해요. 저도 아이가 돌아오면 오늘 혼난 일은 없느냐, 벌 선 사람은 없느냐고 자주 물었지만, 그보다는 오늘 학교에서 어떤 재미있는 일이 있었냐고 물어주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현 씨는 학급 청소 담당을 맡으면서 친해진 동료 학부모들과 문화재 답사 등을 함께 다니며 고민과 정보를 나눠보라고 권했다.

▶생애 첫 학교, 예비 초1 입학 준비

교직 35년 중 26년을 1학년 담임으로 보낸 김윤모 경산하양초 교사는 "1학년 시기는 학교란 이런 곳이라는 것을 잘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것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느냐 여부를 결정짓는다."고 힘줘 말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1학년 생활은 빡빡하다. 입학 첫 달에는 '우리는 1학년' 이라는 통합교과서 한 권으로 공부한다. 1, 2주 때는 하루 2, 3시간 수업을 하다가 3, 4주째부터 4시간으로 늘려간다. 4월부터는 국어, 수학, 슬기로운생활(과학·사회), 바른생활(도덕), 즐거운생활(음악·미술·체육) 등 5개 교과 9권의 교과서로 정규 수업이 시작된다. 이행기간이 무척 짧다. 김 교사는 "학교 가기 싫어하는 증세는 머리가 아프다거나 배가 아픈 형태로 나타나는데 3월이 5%라면 4월에는 20% 정도로 늘어난다."고 했다.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려면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부터 신경써야 한다. 1교시 수업에 맞추려면 오전 8시 30분까지 등교해야 하고 그러려면 오전 7시에는 잠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유치원과 달리 간식시간이 없기 때문에 아침 밥은 거르지 않아야 한다. 최소한 첫 한 달 동안은 오후 10시 전에 온 가족이 함께 자리에 눕는 것이 좋다. 그래야 아침 일찍 일어나는 데 부담이 적다. 교통안전 지도는 반드시 신경을 써야 한다. 혼자 횡단보도를 건너고 안전한 길로 다니는 데 숙달되도록 지도해야 한다. 연필 쥐는 법이나 올바른 필순을 잘 알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아이가 학교를 즐거운 곳으로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 선생님을 무서운 존재로 생각하면 학교생활에 위축감만 가져올 뿐이다. 대신 '선생님한테는 엄마처럼 하면 된다, 반에 친구들이 많으니까 네가 선생님을 잘 도와드려야 한다.'고 말해주자. 발표력을 높여주려면 "오늘 발표 몇 번 했니."라고 묻기보다 집에서 칭찬을 많이 해주는 것이 좋다. 반대로 평소 주의·집중력이 떨어진다고 여겨질 때는 TV 끄고 밥 먹기 등 작은 것부터 시키고, 차례 지키는 습관을 길러주자. 입학식 오리엔테이션에는 꼭 참가해 담임 선생님의 휴대전화 번호를 챙기고, 주의사항 등을 새겨듣도록 하자.

김 교사는 "학교에 다녀온 아이를 반기는 것이 아니라 가방부터 열어서 받아쓰기 몇 점 받았냐는 식으로 말하면 아이가 위축된다."며 "요즘 초등학교에는 문자 지도가 없는 만큼 가정에서 아이의 읽기, 쓰기 능력에 관심을 갖고 지도해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당부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내 아이 왕따 안 되려면

새내기 학부모들의 큰 근심거리 중 하나는 내 아이가 혹시 또래들 사이에서 왕따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교사들은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사기 쉬운 행동이나 습관이 분명히 있다고 주의를 준다. 남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행동이 그 첫 번째다. 친구들과는 음식이나 학용품, 장난감 등을 나눌 줄 알아야 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친구들과의 놀이 등에 끼지 않으려 하거나 혼자 생각에만 빠져 있으면 잘난 체하는 아이로 생각되기 쉽다. 아이가 친구와 다퉜을 때도 네가 이런 행동을 하면 그 애가 어떻게 생각했겠니 하며 상대편 입장을 배려하는 생각을 갖도록 지도해야 한다.

자기의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거나 자신한테 조금만 잘못해도 짜증을 내거나 과민반응을 보인다면 바로잡아줄 필요가 있다. 또 자기 잘못을 시인할 줄 알도록 해야 한다.

내 아이가 돋보였으면 하는 생각에서 지나치게 고가의 옷, 과도한 액세서리 등으로 아이를 치장하는 것은 좋지 않다. 김윤모 경산하양초 교사는 "옷에 단추가 많고 끈 장식이 많은 옷은 용변 보는 데 거추장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용모와 복장은 지저분하지 않을 정도로 단정하면 충분하다. 책상 위나 서랍 등의 정리 정돈을 잘할 줄 알고 혼자 하는 습관을 길러줘야 한다.

아이가 수업시간에 대답을 못했거나 해서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학부모에게 달렸다. 김 교사는 "대부분 1학년 교사들은 아이들이 전혀 모른다, 못한다는 전제를 두고 대한다."고 말했다. 아이에게 틀려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자신감을 심어주자. 집에서 칭찬을 많이 받은 아이일수록 학교생활에 자신감이 생긴다. 학교에서 보는 아이의 표정은 그 가정의 모습이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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