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민등록번호 '불일치' 이제 발품 안팔고 고친다

지난해 지방직 공무원 시험을 치렀던 이모(33·여) 씨는 자신의 주민등록번호가 호적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한동안 애를 먹었다. 호적에는 생일이 12월 20일로 돼 있지만 주민등록에는 12월 21일이었던 것. 호적에 따라 주민등록번호를 바꿨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등기부등본 등은 자동으로 정정됐지만 금융기관 계좌와 운전면허증, 국가공인자격증, 여권, 대학 졸업증명서 등 주민등록번호가 들어간 모든 서류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수정해야 했다. 일부는 정정 수수료 부담도 만만찮았다. 이메일이나 쇼핑몰 등 인터넷 사이트의 가입 정보를 바꾸기 위해선 주민등록초본을 보내 실명 인증을 다시 받아야 했다. 이 씨는 "아직도 예전의 주민번호가 어디선가 떠돌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답답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주민등록'과 '호적' 상의 주민등록번호가 서로 다른 경우를 구제하기로 하면서 이 같은 피해를 겪어온 시민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법원과 금융기관, 자동차보험회사 등 주민등록 관련 기록을 사용하는 기관들이 일괄적으로 잘못된 주민번호를 고쳐줄 계획이어서 일일이 발품을 팔았던 불편이 줄어들 전망이기 때문.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에 호적을 둔 시민 가운데 '주민등록'과 '호적' 상의 주민등록번호가 다른 경우는 2천708명으로 나타났다. 동구가 554명으로 가장 많고, 달성군 494명, 중구 470명, 서구 329명 순. 이는 호적제가 폐지돼 가족관계등록부로 전환하면서 드러났다. 주민등록지에서 출생신고서상의 생년월일을 잘못 보고 번호를 부여했거나 발급된 주민등록번호를 호적부로 옮기는 과정에서 오기나 전산상 오타 등으로 인해 잘못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구시는 다음달 12일까지 사실 관계를 조사한 뒤 기록 불일치에 대한 수작업·전산 방식의 실사를 거쳐 3월 초까지 직권 정리를 할 계획이다. 4월부터는 대법원·금융기관·자동차보험회사 등 주민등록 관련 기록을 사용하고 있는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일괄적으로 수정해 준다는 것. 이후 호적이나 주민등록 중 하나의 생년월일을 개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구제 방침으로 시민 불편은 상당 부분 줄어들 전망이지만 인터넷 사이트 등의 정보는 개인이 바로잡아야 하는 등 다소간의 혼란은 여전할 전망이다. 혼인신고 과정에서 호적과 주민등록의 불일치를 발견했다는 A씨(27·여)는 "태어난 달이 호적에는 2월로, 주민등록에는 1월로 기재돼 있어 출생신고서 확인을 의뢰한 상태"라며 "아주 번거로울 것으로 걱정했는데 정부가 일괄적으로 수정해 준다는 얘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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