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5월의 박물관

5월부터 국립박물관의 문턱이 낮아졌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건국 60주년을 기념하는 뜻에서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국립박물관과 미술관의 상설 전시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결정하였습니다. 이 조치에 따라 국립경주박물관도 현재 무료 관람을 시행 중입니다.

그동안 청소년이나 노인들에 한해 무료로 관람케 한 적은 있습니다만, 외국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관람 무료화 조치를 시행한 것은 처음있는 일로 생각됩니다. 이는 일반인들이 박물관과 그 소장품에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무료화 시행에 대한 논란은 있습니다. 특히 재정 운영 상태가 어려운 사립박물관이나 미술관 쪽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따라서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계기관 및 전문가들의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사립박물관 등에 끼치는 영향 등을 분석하여 내년에도 무료 관람을 지속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관람 무료화로 일반인들의 박물관 접근성은 한층 높아지게 되었습니다만, 높아진 접근성을 여하히 실제 관람으로 이끌어내는가도 박물관에 주어진 과제입니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관람객의 숫자로 나타나겠습니다만, 숫자의 단순 증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관람의 질(質)일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관람의 질을 높일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박물관의 몫입니다. 관람객들이 전시품을 보고 재미있어 하고 즐거워하고 감동하고 아름다움에 찬탄하고 잔잔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전시품 속에 숨어 있는 옛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고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유능한 큐레이터들을 비롯한 박물관 전문직들의 충분한 확보와 그들의 부단한 조사 연구가 필수적입니다.

그리하여 박물관은 명작(名作)의 무덤이 아니라 명작들이 다시 살아나는 부활(復活)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꿈과 이야기의 보물 창고이자, 법고창신(法古創新)의 공간이어야 합니다. 새로운 문화 창조의 원천이자 발신지이길 희망합니다. 이러한 공간으로 박물관이 기능할 때 박물관은 우리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문화기구가 될 것입니다.

오는 18일은 국제박물관협의회(ICOM)가 정한 '세계 박물관의 날'입니다. 마침 올해는 일요일입니다. 이 싱그러운 5월의 봄날 가족들과 함께 가까운 박물관을 찾아 과거로의 무료 여행을 떠나보시기 바랍니다.

이영훈(국립경주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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