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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관의 시와 함께]생선 씻는 여자/장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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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오래 전부터

물가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던 것이다.

알타미라 동굴벽화 속인 것처럼

고구려 고분벽화 속인 것처럼

아주 오래 전부터.

남자 것으로 보이는 바둑무늬 남방

일제시대의 몸빼

큰 엉덩이

넓은 어깨

굵은 발목

갈퀴 같은 손.

생선을 씻어 가족에게 먹이려는

내 어머니

뒷머리채를 질끈 검은 고무줄로 묶어 맨

모든 어머니들!

이 질박한 사실화가 왜 내 가슴을 치는가. 봉덕시장 어물전 풍경을 뭉텅 잘라낸 것처럼 선명한 묘사. 금세 생선 비린내가 풍길 것 같다. 내 머리 속에는 이런 어머니의 모습이 가득 차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땅의 어머니들은 '몸빼'를 벗어던지고, '바둑무늬 남방'을 벗어던지고, '뒷머리채'를 묶은 '검은 고무줄'을 풀어버리고,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인자한 어머니는 사라지고 박정한 어머니만 자주 눈에 띈다. 수틀리면 금세라도 집을 박차고 나갈듯 사나운 어머니. 아버지도 아이들도 눈치만 보는 무서운 어머니.

아니, 아니 괜찮아요. 고등어를 구워주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제발, 제발 집만 떠나지 마세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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