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유가, 이제 한시름 놓아도 되나요?"

국제유가 단기 급락 속 기업·소비자 기대감

▲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선으로 급락하면서 지역 기업과 소비자들이 국내 기름값 하락에 대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주유소들의 인하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선으로 급락하면서 지역 기업과 소비자들이 국내 기름값 하락에 대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주유소들의 인하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선으로 급락하면서 지역 기업과 소비자들이 국내 기름값 하락에 대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정부가 올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을 짜면서 전제로 한 국제유가 수준(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110달러선)에 실제 유가가 근접하면서 여러 거시경제 목표의 달성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고유가에 시달려온 기업들과 소비자들은 한시름 놓을 수 있을지 궁금해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의 유가 하락이 세계적인 경기 불황에 따른 석유 수요 감소가 결정적인데다 아직 지정학적 요인이나 허리케인 변수 등이 남아있다며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했다.

◆유가 올 초반 수준만 됐으면

고유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대표적인 업종은 염색업종이다. 대구염색공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벙커C유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염색업계는 최근 유가급락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최근 며칠간 진행된 국제 유가 급락이 기름값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달 평균 벙커C유 40만ℓ를 사용하는 대구 성서공단내 한 염색업체. 7월 벙커C유 가격은 ℓ당 911.22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77.7%나 올랐다. 1년사이 ℓ당 400원 정도 인상된 것. 지난해 초만해도 400원대에 머물렀지만 연말부터 600원대로 껑충 뛰면서 5월 750원, 6월 872원, 7월에는 900원대로 올라섰다. 지난해 초 한달 기름값이 1억5천만원이었지만 연말에 2억5천만원으로 인상됐고 지난달에는 3억5천만원이나 나갔다. 현재 기름값이 매출의 1/3을 차지해 고민이 크다. 이 업체 관계자는 "아무리 유가가 급락하더라도 작년 수준만큼은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연초 가격인 630원대만 되면 채산성을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격은 '찔끔'

최근 국제유가가 단기 급락하면서 소비자들이 지역 주유소의 기름값 하락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주유소협회 대구지회에 따르면 대구지역 440여개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무연휘발유는 1월부터 4월 중순까지 1ℓ에 1천600원대에 머물다가 4월 25일 1천700원선으로 올라섰고 5월 23일 1천833원을 기록했다. 6월 13일 사상 처음으로 1천900원을 돌파한 뒤 7월 25일 현재 1천930원을 기록하고 있다. 연초에 비해 ℓ당 305원이 오른 것이다. 경유가격 상승은 더욱 가팔라 같은 기간 502원이 올랐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120달러대로 크게 떨어졌지만 실제 기름을 넣은 소비자들은 이를 체감하기가 어렵다. 대구지역의 경우 7월 들어 기름값이 하락한 것은 한번에 불과하다. 7월 25일 현재 대구지역 440여개 주유소의 무연휘발유 1ℓ의 평균 가격은 1천930원으로 전주에 비해 5원 내리는데 그쳤다.

대부분 운전자들은 국제유가가 떨어졌으면 그만큼 기름값도 떨어져야 하는데도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운전자 김모(36·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씨는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있는데도 기름을 넣어보면 전혀 체감할 수 없다"면서 "유가가 오르면 즉시 기름값을 올리고 유가가 내리면 천천히 내리는 것을 보면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제유가가 하락해도 기름값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주유소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은 국제원유가격이 아닌 국제석유제품 가격인데다 2주 정도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영향을 주기 때문.

주유소협회 대구지회 관계자는 "국내 휘발유값은 국제 유가와의 시차와 재고 등으로 인해 즉시 반영되지 않는다"면서 "앞으로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지속하면 기름값도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 하락 전환 판단은 시기상조

기획재정부가 지난 1일 내놓은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의 전제는 국제 유가의 경우 중동산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올해 연평균 110달러였다. 엄격히 계산하면 상반기 평균이 104달러 수준이었기 때문에 연평균 110달러가 되려면 하반기에 116달러까지 떨어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유가 급등세를 부추겼던 투기자금들이 최근 석유제품 수요 감소에 무게를 두면서 투자전략을 바꾸고 있어 급락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하락 추세로 완전히 돌아섰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란 핵 문제와 나이지리아의 무장세력 등 지정학적 위험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허리케인 시즌을 앞두고 있는 등 유가가 다시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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