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17년 전 설악산에서의 세계잼버리 캠핑

1991년 제17회 세계잼버리 행사가 강원도 고성군 설악산 울산바위 뒤 신평벌에서 있었다. 세계 133여개국의 스카우트대원, 지도자, 운영요원 등 2만여명이 참가했다. 세계잼버리는 스카우트 대원들이 서로의 생각과 문화를 나누면서 국제평화와 협력을 증진하고 우의를 다짐하는 행사로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 버금가는 국제 축제의 한마당이다. 1988년 88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뒤 이어진 1991년 세계잼버리 기간 중 Sorakdaily 신문을 매일 발간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 신문들을 지금도 소중한 자료로 모아 두고 있다. 당시 나는 경북분단의 운영요원으로 참가했고, 나의 글도 몇 차례 실렸는데 잼버리 역사의 자료로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 세계잼버리 과정은 수상, 해양, 산악, 일반, 특수 활동 등 5개 분야 37과정이 있었다. 또 영내에서는 특별행사, 공연행사, 전시행사 등이 다양하게 매일 열려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즐거운 비명을 지르곤 했다.

나는 개척물 과정 중 봉화 망루 책임 운영요원이었다. 개척물 과정은 개척물 제작을 통해 스카우트의 기능을 연마하고, 완성 후에 성취감을 맛보며 개척물을 통과해 모험심과 정신력을 기르는 코너이다. '세계는 하나'라는 주제에 걸맞게 봉화 망루를 제작한 미국대원 Luke Harvey(13세)와 일본대원 Masataka Sibata(15세)가 비가 오는데도 멋들어지게 참여하여 특별히 악수를 나눈 기억이 새롭다. 그 스카우트 소년들은 이젠 30대 초반으로 아직도 스카우트 활동과 인연하여 교류를 하고 있다.

멕시코 캠프단의 넓은 챙모자 특유의 멋이며, 일본, 이탈이아, 스위스, 아프리카 등 여러 나라의 만찬의 날 저녁 초대는 흥미롭고 새로웠다. 잼버리 기간 중 나는 짬이 생길 때마다 각국의 대표단 천막을 둘러보고 그들의 다양한 문화를 느껴보았다.

각국을 16개 분단으로 조직하여 분단마다 특색 있는 영지를 만들고 그 입구를 화려하게 꾸몄다. 제1분단 올림피아분단은 얽기로 삼각 망루를 만들고 그 위에 제1회부터 16회 잼버리 휘장을 부착하여 스카우트 잼버리 역사를 소개했다. 우람한 설악산 대자연 속에서 스카우팅의 꽃 잼버리에서 잊을 수 없는 생애 추억들을 하나둘씩 만들었다.

특히 우리 막사 옆에 있던 이탈리아 대원 중 가끔 나의 텐트를 찾았던 긴 머리 파란 눈의 여학생과는 몇 차례 스카우트 캠프의 데이트를 했고, 언젠가 유럽 여행이 있으면 해우할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17년이 흐른 지난해 둘째딸을 낳았고 스카우트 봉사 활동도 여전히 하고 있다는 짤막한 메일을 이탈리아에서 보내왔었다. 잼버리 추억이 세계로 연결될 줄 어찌 알았으랴!

8박 9일간의 잼버리 기간이지만 운영요원들은 12박 13일의 긴 캠핑으로 몹시 지쳤다. 하지만 이마 위로 떨어지는 텐트의 이슬방울과 흐릿하게 안개 장벽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커다란 설악산 울산 병풍바위의 장렬한 행진곡을 듣는 듯한 잼버리 캠핑은 지금도 일렁이는 설렘으로 남아있다.

오현섭(군위군 소보면 송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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