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코흘리개들 인솔해 간 1박2일 부곡하와이

대학졸업 후, 2개월 정도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유치부 전문학원이었지만 초등부도 꽤 많아 나는 초등부 전문으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유치부 전문이라 선생님들은 늘 행사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듯했다.

얼마 후 여름방학에 맞춰 캠프계획이 잡혔지만 난 개인적 사정으로 빠지기로 했다.

그런데 가기 하루 전 유치부 담당 선생님의 긴급한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내가 대타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겨버린 것이다. 내가 담당할 아이들이 20∼30명 된다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아무리 파트타임강사지만 학원일정에 맞춰야겠다는 생각으로, 부곡하와이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얼마 가지 않아 구토증세를 보이는 아이도 있었고, 심한 에어컨 바람에 배앓이를 호소하는 아이도 있었지만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고, 물놀이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이 내 눈앞에서 사라질까봐 눈이 빠지게 지켜본 보람으로 한 명도 아무 일 없이 수영시간을 끝냈지만 난 벌써 파김치가 되어있었다. 유치부 담당이 아니라 어떻게 관리할지를 몰라 무조건 잃어버리지만 말자 라는 심정으로 하루를 마칠쯤 볼일을 끝낸 담당선생님의 등장으로 한숨을 돌렸다.

그러고는 편한 마음으로 캠프파이어에 참가했고, 수십개 어린이집, 학원선생님들의 노고를 지켜봤다. 거기다 기념사진촬영을 위한 뽀식이 '이용식' 아저씨의 등장까지 있어 아름다운 밤이었다.

다음날 장기자랑 행사를 마지막으로 대구로 돌아왔고 그게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아이들과 함께 한 즐거운 캠프였다.

그때 그 꼬맹이들은 지금 중고등학생이 되어 더 멋진 나름의 캠프를 준비하겠지.

김윤정(대구 수성구 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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