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도덕성 실종의 중국사회

인체에 유해한 '멜라민'이 들어간 싼루(三麓)사의 저질분유 파문이 중국을 강타하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로 한껏 고무돼있던 중국인들은 물론,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들까지 저질분유 파문이 중국은 물론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자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싼루사뿐만 아니라 올림픽 후원사로 선정된 멍니우(蒙牛) 등 유명 회사의 유제품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되자 중국산 식품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기자도 중국에서 연수하는 동안 멍니우제품의 우유와 요플레 등 유제품을 애용해왔다.

하긴 그동안 중국에서는 골판지만두 등 잊을 만하면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사건들을 주기적으로 일으켰다. 중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기자의 가족들도 이번에는 늘 마시던 우유가 안전하지 않다는 보도를 접하고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이젠 중국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100년의 꿈'이라던 베이징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중국이 '중화주의'를 노골적으로 추구하던 시점에 저질분유 사건이 터졌다. 중국의 최고지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직접 나서서 당간부들을 질책할 정도로 중국은 전 세계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20일자 인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후 주석은 19일 열린 중앙당교 토론회 개막연설을 통해 "올 들어 일부 지방에서 인민의 재산과 생명에 중대한 피해를 미치는 중대한 안전사고와 식품사고가 발생했다"며 "이는 일부 간부들이 근본과 대국적인 인식, 그리고 책임감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당·정·군과 인민이 힘을 합쳐 쓰촨 대지진 참사를 극복하고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저력을 발휘했다"고 상기시키면서 "이를 국력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의 위생당국도 "이번 분유 파문은 감독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감독체계의 강화를 약속했다. 차세대 지도자로 꼽히는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도 20일 싼루사 본사가 있는 허베이성(河北省)으로 달려가서 멜라민분유를 먹고 병원에 입원 중인 신장결석 아동들을 찾아 위로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문제는 싼루사뿐만 아니라 중국산 유제품은 물론, 중국산 식품 전반의 안전성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의 수입식품 코너는 연일 외국산 식품을 사려는 중국인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멜라민분유 사건은 후 주석 등 중국의 지도자들에게 충격적인 사건이다. 사실 올림픽 개최로 중국은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싼루분유 사건은 사실은 지난 3월 소비자의 민원이 제기된 후 올림픽 직전인 지난 8월 당국에 보고까지 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정부당국이 오히려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은 중국에서는 또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기자는 이번 일이 인간과 생명에 대해 기본적인 예의조차 갖추지 않고 존중하지 않는 중국사회와 중국인들의 그릇된 현대사의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주의 체제 50년을 거치면서 중국사회는 인간과 생명에 대한 존중을 경험한 적이 없다. 후 주석이 지적한 것처럼 당 간부들의 부패나 감독체계의 미비 때문이 아닌 것이다.

20일은 중국 정부가 제정한 여섯 번째 맞는 '공중도덕의 날'이었다. 구호로 내세우는 문명사회 건설과 단백질수치를 높이기 위해 인체에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멜라민을 첨가하는 도덕수준으로는 강국이 될 수 없다. 중국이 이 같은 사실을 알아차리는 날은 언제쯤이 될까.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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