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민살림 확 펴지고 일자리 늘어났으면…"

"새해에는 경제가 살아나 웃는 날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다사다난했던 2008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올해엔 경제침체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경제 대통령이 취임해 서민들에게 큰 기대감을 줬고 베이징 올림픽에서 대표선수들은 국민들에게 세계 7위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하지만 돌이켜본 한 해는 순탄하지 않았다. 고유가, 고환율에 기업들이 픽픽 쓰러졌고, 서민 경제는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내년 2009년을 맞는 서민들의 바람은 그만큼 절박하다.

서문시장 박종분(59·여)씨에게 2008년은 그야말로 기대에 부푼 한 해였다. 평범한 시장 아줌마가 새 출발하는 대한민국의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되는 영광을 안았다. 지난 23일에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 1주년을 기념해 또다시 청와대에 서민대표로 초청됐다. 취임 당시 '경제를 살려달라'는 서문시장 아줌마의 간절한 바람은 1년이 지났지만 넉넉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박씨는 "새해에는 마흔 넘은 아들이 정규직 교수가 됐으면 좋겠고, 대통령께서 서민을 가장 우선 생각하는 정책을 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민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재래시장. 상인들은 서민들의 가계 형편이 펴지고, 활기찬 삶의 터전이 되길 바랐다. 서문시장 상인 안숙희(57·여)씨는 "요즘은 오후 4시만 되면 시장이 텅 비어 버릴 정도로 손님이 없다"며 "내년에는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북적거려 인정이 넘치고, 서로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업인들 역시 원자재값 상승, 환율 상승으로 유난히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성서산업단지 내 제재산업 김용화 대표는 "고유가 및 환율 인상 등 악재로 인한 내수부진과 경기침체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새해에는 이를 디딤돌 삼아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새롭게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융화식품 박남석(49) 사장에게 2008년은 식품원산지 표시제 시행으로 울고 웃은 한 해였다. 호주산과 미국산 쇠고기와 제주산 돼지고기 등을 취급하는 박 사장은 "지난 6월 실시된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 탓에 외국산 쇠고기의 매출이 뚝 떨어지면서 타격을 입었다"며 "요즘 장사가 안 되는 식당들이 늘어나면서 얼굴을 찌푸리는 거래처 관계자들이 워낙 많이 늘었다. 힘들어도 조금씩만 웃으며 살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가정에서도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주부 박유정(45·대구 서구 원대동)씨는 "제2금융권에서 근무하는 남편의 성과급이 올해는 예년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며 "새해에는 주머니가 두둑해져서 미래를 위한 준비도 하면서 살 수 있는 여유로운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기한파 때문에 서민경제와 관련된 피해 상담도 봇물을 이뤘다. 대구소비자연맹 박수진(30·여) 상담팀장은 "음식에 이물질이 들어갔다는 신고가 끊이질 않았을 정도로 올해는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이 많았다"며 "높아진 소비자 권리만큼 사업자들의 인식도 높아져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 믿음이 넘치는 새해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취업을 앞둔 대학생이나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일자리가 풍성한 기축년(己丑年)이 되길 바랐다.

이승민(27·대학4년)씨는 "대학을 졸업해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꿈조차 펼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며 "내년에는 경제 사정이 나아져 기업들마다 채용인원을 늘려 어느 회사에 다닐지 행복한 걱정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혜숙(49·여)씨는 "딸이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일자리가 없어 힘들어하고 있다"며 "열심히 공부한 젊은이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일자리를 고민하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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