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집 근처 창문너머로 뻥튀기 소리가 들려왔다. 어린 시절 흔하게 들었던 뻥튀기 소리는 시골 장터에서나 들을 수 있는 추억 속의 소리였다. 도시의 아파트 주변에서 경험할 수 있는 뻥튀기 소리는 우연이라 기대했던 것과 달리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자주 들려 왔다. 사람들이 살기 어렵다고들 하는 말이 먼 이웃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도로 가에 전을 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어렵게 살았던 시절의 옆집 아저씨, 아주머니들 모습이 고스란히 그들에게 비쳐졌다. 그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줄 뻥튀기를 고르며 돌아오는 길엔 어릴 적 추억도 쫄랑쫄랑 따라왔다.
먹을거리가 귀하던 시절엔 장이 들어서는 날을 기다렸다 쌀이나 보리쌀을 들고 시장에 가서 뻥튀기해 먹었다. 뻥튀기 기계의 몸통에 장작불을 피워 맞춰 놓은 시간까지 손잡이를 쉴 새 없이 돌리면 뻥튀기하러 온 사람들은 모두 뻥튀기 장수의 손놀림에 눈길이 쏠렸다. 어느 순간, 뻥 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김이 무럭무럭 솟아나고 뽀얗게 튀겨진 튀밥들이 바닥에 어수선하게 흩어져 있었다.
사람들의 입맛이 변하면서 뻥튀기는 슈퍼나 제과점에 가득 널린 과자와는 귀하기로 비길 바가 못 된다.
하지만 뻥튀기는 웰빙식품으로 오히려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별히 맛을 내어 사람들을 유혹하는 것은 아니지만 뻥튀기는 담백하고 깊은맛이 있다. 그런 뻥튀기를 닮은 한 사람을 장이 들어서는 날이면 늘 만날 수 있다. 푸짐한 몸매에 순박해 보이는 인상을 한 사십대 중반의 한 아저씨는 장이 들어서는 날, 사람들 발길이 분주한 길 한 모퉁이에 트럭을 세워서 쉴 새 없이 뻥튀기를 해 지나가는 아이들을 불러모아 양손에 한아름 쥐어 주신다. 아저씨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퍼지고 아이들의 표정은 마냥 즐겁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인정의 의미, 덤의 정을 배운다.
뻥튀기에는 쉽게 싫증나지 않는 깊은맛이 들어 있으며,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불러 올 것 같은 푸짐함에 마음도 저절로 부풀어지게 한다. 이래저래 살기 어려운 깊어지는 겨울에 뻥튀기를 닮은 인정을 배우고 나눈다면 마음만은 쉽게 얼어붙지 않으리라. 새해에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행운의 뻥튀기가 펑펑 부풀어지길 소망해본다.
최미애(대구 북구 동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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