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민 참여재판 1년…대구지법 처리건수 전국 2위

일반 시민들이 형사재판에 배심원으로 참가하는 국민참여재판이 시행 1년을 맞았다. 지난해 2월 대구지법에서 20대 강도상해범 사건으로 문을 연 국민참여재판은 공판중심주의 확립과 사법 신뢰를 높이는데 기여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피의자들의 참여재판 신청률을 높여야 하는 등 과제도 적지 않다.

◆대구지법 참여재판, 전국 2위로 많아=국민참여재판이 첫 실시된 지난 한 해 동안 전국 18개 지방법원에서 모두 60건이 치러졌다. 대구지법은 8건을 맡아 부산지법(9건)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다. 하지만 부산지법 참여재판 전담부가 2개인 점을 감안하면 대구지법은 1개 전담부로 더 많은 재판을 처리했다.

대구지법의 경우 8건중 6건(75%)에서 유·무죄 의견 및 양형 범위에 대한 배심원 평결과 재판부 판결이 일치했다. 2건도 일부 불일치였다. 일치율이 높다는 것은 복잡한 법리와 사실관계에 대한 배심원들의 이해도가 높았다는 뜻이다.

치열한 법정 공방도 오갔다. 지난해 7월말 열린 세번째 대구지법 참여재판에서 C(52)씨는 술에 취해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후배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처를 입혀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됐지만, 배심원 전원이 살인의 고의가 없다며 무죄 평결을 했고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C씨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상해죄로 징역 2년에 처해졌다. 대구지법 국민참여재판전담 권순형 재판장은 "흉기를 휘둘러 상처를 입히면 '살인미수', 주먹으로 때려 숨지면 '폭행치사' 식의 법리에 대해 배심원들이 '그렇다고 고의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느냐'며 엄격한 잣대를 댄 적도 있었다"며 "법관들이 법리와 상식의 불일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을 목졸라 살해한 K(63·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씨 사건이나, 양아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때려 숨지게 하고 사체를 유기한 Y(51·징역 12년)씨 사건은 적잖은 사회적 관심을 일으켰다.

◆참여재판 1년의 공과(功過)=대구지법의 경우 배심원 소환 통보를 받은 대상자 중 출석률은 평균 40%. 재판에 참가하는 배심원 7~9명은 출석자중에서 최종 선정된다. 대구지법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생업이 바쁜데 못간다'며 출석을 않거나, 출석후 면제 신청을 요구하는 대상자들이 많았는데 하반기 들어서는 눈에 띄게 줄고 참여 열기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검사와 변호사들의 평가도 일단 긍정적이다. 배심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재판정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것은 재판과정의 하나가 됐다. 컴퓨터로 스캔한 증거서류를 화면에 띄우고 중요사항에는 노란줄까지 쳐 보이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직업 법조인들은 서증(書證)으로도 충분하지만 일반인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이런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변호인들도 "보람있는 재판이었다"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숙제도 있다. 지난 한해 피고인들이 신청한 참여재판 60건은 당초 법무부 목표(100건)보다 낮다. 변호인들이 준비 부담 때문에 재판 맡기를 꺼리고, 참여 재판 담당 국선변호사들의 수도 적다. 대구는 국선변호인 2명이 도맡고 있다. 살인, 강도 등 특정 범죄에 쏠리는 현상도 돌이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권 재판장은 "참여재판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가 높아진 만큼 재판부는 물론이고 변호인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검찰의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